북 ‘핵군축’ 카드 다시 꺼내드나

북한이 예상대로 기존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을 분리해 미국과 협상하는 ’살라미 전술’에 의한 핵군축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가 13일 미국과 양자 군사회담을 제의한 담화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이 남한에 1천여 개가 넘는 핵무기를 배치해 세계 최대 핵기지로 전변시켰다며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해왔고, 이번 담화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거듭 밝혔고, 특히 작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고 재차 확인했지만 북한의 주장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임의의 지역, 구체적으로는 조선에서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폭발력이 강하면서도 소형화된 핵무기를 해마다 125개씩이나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한 새로운 핵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핵문제 해결이 왜 힘든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문제를 구실로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대북 선제공격용’인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무력증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타격 수단’을 완비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군사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완벽한 북핵 문제 해결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분리해, 기존 핵무기는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지대화’ 수준에 부합하는 환경이 마련될 때 폐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핵프로그램의 폐기는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하겠지만, 핵무기의 폐기는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북.미간 별도의 핵군축 회담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미국의 핵위협 요소의 제거와 동시에 이행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은 물론이고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생산.배치.비축 등을 금하는 ’비핵화’ 수준을 넘어 육상.해상.항공 등 외부로부터 핵무기의 ’출입’도 금지하는 ’비핵지대화’ 수준을 지향하고 있다.

이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작년 12월 6차 2단계 6자회담 기조연설을 통해 “현 단계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계획의 포기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며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논의는 가능하지만 핵실험을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논의 대상이 아니고 핵군축 회담을 통해서나 가능하다”고 분명히 했었다.

김 부상은 2005년 7월 4차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비핵지대화를 언급하면서 남한의 핵무기 철폐 및 반입 금지, 미국에 의한 ’핵우산 제공 철폐’ 등도 주장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당시 미국에 핵위협 제거를 확보할 수 있는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과 남한에 대한 핵우산 철회와 동시사찰 등을 요구하면서 “국제적인 비핵화 규범에 맞게 자기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판단되면 조선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작년 12월 6자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유력 통신사들을 통해 ’남한에 미국 핵무기 배치’를 거듭 주장, 핵군축 회담에 대한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과 미국 등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은 북한의 이같은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며 일축하고 있으나, 이번 담화는 북한이 엄포성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 한 셈이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작년 6자회담을 앞두고 주장하던 핵군축을 다시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2.13합의가 이행되는 상황에서 핵문제 해결에 장애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러나 북한은 장기적으로 핵문제 논의 과정에서 보다 많은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비핵지대화나 핵군축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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