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상경계선 전술적 변화 시도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해상경계선 재설정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9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면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북측은 남측이 이를 거의 무시하는 수준으로 일관하자 최근 경제협력사업, 즉 공동어로구역과 연계한 듯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9년 9월 해상경계선 선포에 이어 2000년 3월에는 이 경계선을 기선으로 2개의 수로를 지정해 남측 선박이 해당 수로로 통항해야 한다는 이른바 ‘서해 5개 섬 통항질서’를 주장하기도 했다.

해상경계선 설정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작년 5월 열린 제4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애초 선포한 해상경계선은 서해 우도에서 비스듬히 서해 쪽으로 그어져 NLL을 상당히 남하해 덕적군도 위쪽의 해상을 거의 북측 수역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4차 장성급회담에서 부터는 이를 약간 축소, NLL 이남 1~2km 부근에서 경계선을 삼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측 단장인 김영철 인민군 중장은 4차 회담 첫날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서해 5개 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고 섬 주변 관할 수역 문제도 합리적으로 합의,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고(절반으로 나누고) 그 밖의 수역은 영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당시 북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북측은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1999년에 발표한 경기도와 황해도 경계선을 연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 5도가 있고 그에 마주보고 있는 지역이 북측 해안”이라며 “우리 5개 섬과 육지(북측)가 만나는 곳은 절반 정도로 하고 우리 섬끼리 사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경계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후 남측은 북측의 주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경계선을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근방에서는 NLL과 유사하게 설정하되 소청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수역에서는 NLL 이남으로 그어야 한다는 제의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측이 1999년 선포한 해상경계선보다 완화된 새로운 경계선 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은 이 같은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남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북측이 지난 달 세 차례 열린 군사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으로 제시한 5곳의 지점을 연결하면 4차 장성급회담에서 김영철 단장의 주장에 대한 남측의 분석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북측은 7월 10일과 16일 군사실무회담에 이어 같은 달 26일 끝난 제6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NLL 이남 해상에 공동어로구역 5곳을 설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연평도에서 백령도까지 해상에 공동어로구역 5곳의 좌표를 제시했으며 이 곳을 서로 연결하면 김 단장이 제의했던 경계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동시에 어로구역을 NLL을 대신한 해상경계선으로 고착화하자는 전술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남측은 북측이 제시한 서해 공동어로 선은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측이 제시한 어로구역이 NLL을 기점으로 대략 1~2km 남쪽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면 NLL이 무력화될 뿐 아니라 NLL보다 아래 쪽으로 새로운 경계선이 설정되는 효과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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