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화체제 당사자·군사회담 성격’ 첫 거론

북한이 26일 폐막한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평화체제 수립 당사자 문제와 군사회담의 성격에 관한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초보적인 군사신뢰구축 방안을 협의해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 같은 고차원적인 문제가 거론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 김영철(인민군 중장) 단장은 “지난 회담 때도 비공개 접촉에서 귀측(남측)은 평화체제수립 당사자라고 말했다”며 “평화체제 수립 당사자가 되려면 평화체제 수립과 직결된 서해상 충돌방지 및 공동어로 문제를 당사자처럼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귀측에서 표현한 (북방한계선 및 해상경계선 설정에 관한)입장과 태도는 스스로 (평화체제)당사자 되기를 부인한 것과 같다”며 “이런 조건에서 평화 및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누구와 같이 논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북방한계선(NLL)을 대신할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집중 논의하자는 주장에 대해 남측이 국방장관회담 등으로 넘기자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던진 발언이다.

그러나 북측이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의 평화체제 당사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록 NLL을 매개로 한 것이지만 남측을 평화체제 당사자로서 인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내친 것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간 군사문제는 북-미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NLL을 없애고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하는 문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직결되기 때문에 군사회담에서 남북이 직접 논의하는 것 자체가 당사자가 된다는 논리다.

남측 문성묵(육군대령) 대표는 “일단 정전협정을 이행.준수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이어나가는 당사자를 의미한다”며 북측의 평화체제 당사자론을 설명한 뒤 “앞으로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당사자는 남과 북이 주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이런 입장 표명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방안 논의 과정에서도 NLL과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가 의제로 제기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방안은 북.미 군사회담에서도 논의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

이 점을 감안한 듯 북측은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들 문제를 다루는 것이 남측의 입장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압박을 우회적으로 가하기도 했다.

북측 김 단장은 이날 종결회의에서 “귀측(남측)은 군부 대화가 결코 협력과 교류를 보장하는 그런 대책이나 세우는 창구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군부대의 기본 목적은 나라의 평화문제, 긴장완화 문제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회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회담은)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회담도 아니고, 시간만 끄는 회담도 아니고, 그릇된 주장을 감싸는 장소가 아니다”며 “그런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회담(장성급 군사회담)의 운명을 바로잡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즉 장성급 군사회담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대책을 세우는 회담이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한반도 평화와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회담이라는 논리다.

정치.경제.군사 모든 부분에서 군이 선도해야 한다는 북측의 선군(先軍)정치 이념까지 연상케하는 논리로, 어찌보면 남측 군부 역시 이런 권한을 갖지 않으면 회담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억지로도 비친다.

따라서 북측은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해상경계선 설정과 NLL 무력화 주장을 계속 펼치는 한편 남측의 자격 문제를 시비걸 것으로 예상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생산적인 결과물이 단기간에 도출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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