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통신선 자재제공 제의 응할까

국방부가 13일 서해지구의 군 통신선 정상화를 위한 자재와 장비 제공문제를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한 것은 일단 북측의 ‘소나기식 공세’에 대응하며 국면을 전환해보자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요구했던 통신망 정상화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제공하면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북측에 보낸 답신 성격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 인원의 통행 불편 해소를 위한 군 통신선 정상화 자재.장비 제공에 대해 협의를 하자”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촉구한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달 2일부터 단계적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온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군부는 지난달 2일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중지되지 않으면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남측 인원의 통행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어 27일 가진 군사실무책임자 접촉에서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군사실무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이 나서 대북 전단살포가 계속되면 군대의 “단호한 실천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인 김영철 중장이 이달 6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현황 파악에 나선 데 이어 12일에는 남측에 전통문을 보내 “12월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중대조치가 단행된다”고 통고한 것이다.

문제는 파상공세로 남측을 몰아세우는 북한 군부가 통신선 자재와 장비 제공을 위한 대화에 응할 것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전반적인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된다”며 “우리가 지원한다고 해서 북측이 냉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북측이 통신장비나 받으려고 남북관계를 차단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본질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게 아니면 이런 식의 대응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도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면서 “북측이 지난달 27일 군사실무책임자 접촉에서 통신 자재와 장비를 요청했을 때 지원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분계선 통행승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북한 군부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다소 미흡한 경향이 있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서도 총리 등 고위급 당국자가 관련 시민단체장들을 불러 자제와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측은 이번 대화 제의뿐 아니라 격을 높여 장성급회담 등을 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대북전단 살포,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 등 북측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신뢰를 주지않는 한 북측이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서해지구에는 6개, 동해지구에는 3개 선의 통신망이 개설돼 있지만 서해지구 통신망은 2000년에 가설돼 노후화로 불통상태다. 이 때문에 남북은 전화, 팩시밀리, 예비선 등 3개의 통신선이 유지되고 있는 동해선을 이용해 개성공단의 인력과 차량 출입 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다.

만약 북측이 이번 대화 제의에 응한다면 남측은 서해지구의 동케이블을 대체할 광케이블과 동.서해지구 북측지역에 건설될 통신연락사무소의 자재 등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우리가 (통신 자재와 장비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은 지난 6월에 통신선이 단절된 후부터 정해져있었다”면서 “남북관계 상황이 조금 안 좋게 흐르다 보니까 이 문제가 진척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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