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대제안 놓고 뭘 검토하나

북한이 200만kW 전력을 송전하겠다는 우리측 ‘중대제안’을 접한 지 한 달이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은 아무런 답변이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달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중대제안을 듣고 “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반응했지만,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숙고하는 동안에 9일 베이징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7월말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고, 12일에는 우리 정부가 중대제안의 내용을 공식 발표하는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북한이 중대제안과 관련해 ‘숙고’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일까.

북한의 수용 여부는 중대제안 자체에 대한 검토와 전체 북핵 해결 로드맵 속의 상호관계에 대한 검토 등 2단계 과정을 거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중대제안 자체만을 놓고 보면 200만kW 직접 송전이 가진 ‘양면성’ 때문에 그렇게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200만kW 전력공급은 절박한 에너지난을 감안할 때 즉각 수용하고싶은 ‘솔깃한’ 제안이지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남쪽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그 이면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와 같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안보 문제는 이미 1948년 5월14일 북한이 남쪽에 대한 송전을 끊어본 적이 있기에 북한이 누구보다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북한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2000년부터 장관급회담이나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전력을 직접 송전방식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때마다 우리 정부로부터 먼저 북한의 송배전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기술적 한계가 있어 힘들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안 된다고 해 놓고서는 왜 지금 와서는 된다고, 그러니 받으라고 하는 남한의 태도를 놓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2004년까지는 완공될 것으로 알았던 금호지구 경수로가 건설 중단에 이어 완전 종료될 상황에 처한 경험 때문이라도 중대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재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1차적으로는 진정성과 남북간 신뢰를 들어, 2차적으로는 6자회담의 틀 속의 보호를 들어 그 가능성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이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 “6자회담에서 협의하면 기술이나 절차적 문제에 대해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중대제안과 북핵 로드맵의 상호관계를 보면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로드맵에는 핵 폐기 절차와 대상, 사찰 등과 그에 따른 상응조치가 담긴다.

북한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대목은 우선 우리측의 중대제안이 경수로를 대체한다는 그 성격만 봐도 모든 핵의 폐기와 포기를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정 장관에게 한 비핵화 언급은 모호한 대목이 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핵문제 해결시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포함한 모든 국제사찰을 수용해 철저하게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 하나도 남길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가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대상은 ‘핵무기’일 뿐이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포함한 ‘모든 핵’까지 포괄하는 의미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북한과 한미 양국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북한이 2003년 12월 핵활동 동결 대상으로 핵무기와 함께 ‘평화적 핵동력공업(원자력발전)’까지 집어넣었다가 이듬해 2월 제2차 6자회담에서는 “동결ㆍ포기 대상에서 민간의 평화적인 것을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핵무기와 원전에 대해 별개로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당시에는 폐기 대상을 잘게 나눠 협상력 제고는 물론 보상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저비용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미련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송전 시점을 공사기간을 감안해 3년 후로 정하고 핵폐기가 이행되는 시기과 결부시킨 것도 고려 대상으로 보인다.
이는 뒤집어 보면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는 기간을 3년 정도로 잡은 것인 만큼 이에 맞춰 동시행동 순서를 짤 시간도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남한으로부터 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정말’로 포기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더욱이 판단 요소의 하나로 보이는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과 남쪽의 여론 추이까지 나온 상황에서 북한이 4차회담을 앞두고 어떤 전략적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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