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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호칭을 ‘지도자 동지’ ‘장군님’을 사용하지 않고 ‘걔'(그 아이) ‘쟤'(그 자)라는 비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나타나 주목된다.
함흥에 거주하는 주민 H씨는 11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주민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질문에 “‘수령님’(김일성)이 계실 때는 식량배급이라도 주지 않았나, 근데 솔직히 ‘걔’(김정일 지칭)가 우리한테 해준게 뭐가 있느냐?”며 김정일 호칭으로 ‘걔’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그는 “테레비(조선중앙방송)만 보면 맨날 ‘걔’ 업적 이야기만 나와 짜증나서 보기도 싫다. 우리 가족은 테레비에서 ‘걔’만 나오면 꺼 버린다”고 말했다.
김정일에 대한 비칭 사용은 함경도 등 북부지역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중 국경지역으로 나온 또 다른 함흥거주 주민 B씨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B씨는 “‘고난의 행군’(90년대 식량난) 시기에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굶어 죽은 지역이 함흥”이라며, 함흥사람들은 외국에서 오는 원조식량도 제대로 먹어보지 못해 김정일에 대한 반감이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 2년 내 한국에 온 함경도 지역 탈북자들은 “우리는 이미 2005년 무렵부터 김정일을 ‘걔’ ‘쟤’로 불렀다”고 말하고 “시장 활성화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자연히 김정일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싹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에 대한 공식 호칭은 80년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로 불리다가 89년 인민군총사령관이 되면서 지금까지 ‘장군님’으로 쓰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걔’ ‘쟤’라는 표현은 김정일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현하고 있어 향후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주목된다.
[다음은 H씨, B씨와의 일문일답]
–-요즘 김정일에 대한 북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아 ~ ‘걔’(김정일), 우리와는 상관없다. ‘걔’만 보면 짜증난다. ‘수령님’ 있을 때는 그래도 선물도 타 먹고 교복도 공짜로 주고 식량배급이라도 주지 않았나. 솔직히 ‘걔’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 맨날 걔 업적 얘기만 하는 테레비(조선중앙TV)는 짜증나서 보기가 싫다. 우리 가족은 테레비에 ‘걔’가 나오면 꺼 버린다.
나 같은 나이(30대)는 그래도 ‘수령님’에 고마운 마음이 있는데, 지금 10대, 20대들은 뭐가 있나? 태어나서부터 굶주림에 시달리고 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 애들이 ‘걔’에게 충성하겠나? 솔직히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매일 힘들게 사느니 전쟁이라도 콱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은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 아랫동네(한국) 발전상을 많이 얘기한다. 내 친구는 아랫동네 승용차가 세계에서 1등이라며 부러워한다.
-최근 북 당국이 주민통제를 강화한다는데…
요즘 누가 그 사람들 말 듣나? 배급 주면서 통제해도 이젠 따르지 않을 판인데… 아무 것도 안 주면서 무슨 수로 통제하겠나. 장사도 맘대로 못하게 하고, 옛날처럼 빼앗는다면 요즘 함흥사람들 정말 가만 안 있을 거다.
‘고난의 행군’ 시기 함흥사람들이 전국에서 제일 많이 굶어 죽었다. 다른 지역은 원조식량을 받았는데, 함흥은 한번도 제대로 못 받았다. 그래서 윗사람(북 정권)들에 반감이 제일 높은 지역이 함흥이다.
오죽하면 2003년 함흥 대극장에 ‘반김정일’ 구호가 붙었겠는가. 주변 사람들 말로는 그때 대중시위까지 계획하였는데 사전에 발각되어 주동자들 다 잡아 갔다고 한다.
-요즘 장사는 잘되나?
너무 힘들다. 목숨이 붙어 있는 사람은 다 장사에 매달리니 돈 벌기도 나날이 힘들다. 3년 전 1천원 벌기보다 지금은 몇 배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장사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내 여동생은 집에서 재봉기(미싱)로 하루 종일 써래기(옷 임가공)를 해서 산다.
-핵실험 때문에 올해 식량사정이 더 어려워질 거라는데, 어떻게 사나?
우리 백성들은 오늘 하루 걱정하기도 바쁘다. 당장 먹고 살기도 죽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