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동영-김정일 약속 이행 눈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동영(鄭東泳) 대통령 특사와의 `6.17 면담’에서 쏟아냈던 약속이 일단 지켜지고 있어 주목된다.

6자회담 7월중 복귀와 장성급회담 개최, 서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수산협력, 이산가족 상봉, 경의.동해선 철도 개통, 서울↔평양 직항 등을 포함한 당시의 약속들이 다소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 성사되거나 성사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6자회담 7월중 복귀 약속은 9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9일 베이징 회동 직후 “25일로 시작되는 주(週)에 재개하겠다”는 북한 공식 발표로 현실화됐다.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국.내외에서는 일부 7월 복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으나, 그 후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아무튼 약속이 지켜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당히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정동영-김정일 면담의 가장 큰 합의가 지켜진 것으로서, 남북 간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판단에서다.

장성급 군사회담의 개최 합의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17 면담 당시 정 장관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서해상에서의 무력 충돌방지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첫 걸음으로 장성급 회담 재개를 요청한데 대해 김 위원장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수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군사 당국간 추후 날짜를 정하되 백두산 개최를 합의한 것이다.

장성급 군사회담을 보완하는 수산실무협의회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김 위원장은 연평도 근해의 서해상에서의 남북 공동어로를 골자로 하는 수산실무협의회 개최를 흔쾌히 허락했고, 11일 서울 그랜드호텔에서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오는 25∼27일 개성에서 첫 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현재 서해를 `ㄷ자’로 돌아가게 돼 있는 서해 직항로에 대해 남북이 서울↔평양 직항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큰 소득이다. 아직 절차는 남아 있지만 6.17 면담에서의 김 위원장의 결단을 계기로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당초 작년 6월 경협위 9차회의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작년 10월에 시험운행하고 2005년에 동시운행키로 합의했으나 동해선의 경우 강릉↔고성의 철로가 노후돼 새로 깔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해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6.17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백지 상태의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은 경협위 10차회의에서 오는 10월에 열차 시험운행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그렇다.

김 위원장은 6.17 면담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요구하는 정 장관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15차 장관급 회담을 거쳐 남북이 12∼13일 개성에서의 실무접촉이 이뤄질 예정이며, 조만간 문산-개성 간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절차를 거쳐 이산가족의 오랜 꿈이 현실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북한의 약속, 특히 김 위원장의 공약이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려는 시그널이 아닌 가 싶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