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작가대회 개최조건 4색인쇄기 달라”

“안녕하십니까. 고려항공(TU-154) 전세기에 대한 운행승인서를 보내드립니다. 항공기 운행승인서는 요청하신 안전담보서와 동일한 대우를 받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 명의로 지난 7월 19일 북측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장혜명 부위원장 앞으로 보낸 것이 마지막 팩스였다.

이로써 7월 20-25일 평양, 백두산, 묘향산에서 해방 후 60년 만에 남북 문학인 2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인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남북작가대회)가 성사됐다.

이 대회의 남북 협상실무자들이 2003년 8월 5일 이후 무려 94통의 팩스를 주고 받은 끝에 남측 작가들은 인천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을 탈 수 있었다.

작가회의 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남북작가대회의 산파 역할을 했던 소설가 정도상(45) 씨가 이 대회의 제안에서 성사까지 뒷이야기를 계간 ’실천문학’ 가을호에 기고했다.

정씨는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었다’라는 기고문에서 “2003년 4월 어느 날, 금강산 삼일포의 소나무 아래에서 북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리창덕 사무소장한테 남북작가대회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민족사의 지평을 넓히는 문제에 대해 절박하게 말을 쏟아냈던 순간이 첫 시작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정씨는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통일맞이’(통일맞이) 실무접촉 때문에 금강산에 갔다. 그의 제안을 받은 리창덕 사무소장이 “해봅시다”라고 짧게 대답함으로써 이후 2년여만에 남북작가대회가 성사된 것이다.

이어 2004년 3월 15일 남의 통일맞이와 북의 민화협이 금강산에서 통일토론회 실무접촉 때, 북의 리호근 시인과 황원철 소설가가 평양에서 급히 내려와 정도상 씨와 남북작가대회에 관해 간략한 실무접촉을 했다.

이를 계기로 작가회의와 작가동맹 사이에 실무접촉이 본격화해 2004년 3월 22일 중국 옌지(延吉)에서 예비 실무접촉을, 2004년 5월 5-7일 금강산에서 1차 실무접촉을 했다.

2004년 8월 24-29일 분단 후 첫 남북작가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가 김일성 주석 10주기와 관련한 조문 파동이 일어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행사가 돌연 연기된 과정도 자세하게 소개된다.

남북작가대회가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북한소설 ’황진이’의 작가 홍석중 씨가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2004년 12월 12-13일 금강산에서 시상식과 함께 김형수 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정씨는 장혜명 작가동맹 부위원장와 제6차 실무접촉을 했다.

이어 올해 3월 4-8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제7차 실무접촉이 이뤄졌다.이 과정에서 남측 출판물을 북측에서 인쇄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문학수첩이 발간해온 ’해리포터’ 시리즈를 임가공 형식으로 북측에서 인쇄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4색도기의 인쇄설비의 제공을 남북작가대회의 우선 개최 조건으로 내걸자 남북 양측 협상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가 험악해졌던 사연도 소개된다. 4색도기 인쇄설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홍석중 씨의 ’황진이’를 남측에서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저작권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 남북작가대회에서 발표한 민족문학인협회 결성과 통일문학상 제정 등에 관해 남북 실무자들이 제안하고 합의하는 과정 등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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