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금세탁방지’ APG가입 美 권유 수용할까

미국이 7일(현지시간) 뉴욕 북미접촉에서 국제사회의 돈세탁 방지활동 참여를 공식화한 북한에 APG(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APG는 제재보다는 후발국의 금융시스템 정착을 독려하는 게 목적이지만 일단 회원국으로 가입하면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금융사정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가입하게 되면 APG 사무국 전문가 집단이 먼저 실태를 파악한 후 컨설팅을 통해 투명한 금융시스템 정착을 위한 인적, 물적, 기술적 지원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북한의 불투명한 금융거래 내역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APG 가입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것만으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 해제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미측은 북한의 APG 가입은 국제사회의 돈세탁방지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으며, 뉴욕 접촉에서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권유하는 수준에서 APG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APG 가입을 결단한다면 미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여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APG 가입 외에도 ‘금융문제를 다룰 북미간 비상설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이 제안은 외견상 위폐문제와 북핵 회담을 분리해 접근하자는 것으로, 과거 북한의 ‘선(先) 위폐문제 해결, 후(後) 6자회담 재개’ 주장과 비교해 볼 때 그 수위가 낮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특히 협의체를 통해 미국이 불법행위와 관련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면 해당자를 처벌하고 관련장비를 압수해 통보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는 신중하고도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으나 아직 입장을 정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미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8일(현지시간)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상설협의제 구성 제안에 대해 “생각해보겠다(look at)”고만 말했다.

사실 미 행정부는 위폐문제와 관련, 북한의 불법행위가 명백한 만큼 리비아 사례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스스로 잘못을 밝히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 행정부는 특히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비상설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자칫 ‘회담’ 트랙으로 변질돼 북핵 6자회담과 연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은 9일 “그 안은 미국이 그 유용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며 미국의 검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내 은행에 북한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위조지폐 감식을 위해 기술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미 행정부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자국내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가 뉴욕 접촉에서 주고받은 제안에 대해 입장을 정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과 협의를 거쳐 북미간 이견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 수석대표는 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10일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을 만나 뉴욕 북미접촉을 평가하고 6자회담 재개시 진전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내주에 일본, 러시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BDA 제재해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선 북한이 BDA에 관한 불법활동 의혹을 다 해소해야 하며 최소한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으며 가능한 채널을 통해 이를 북한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6자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정부는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북한 위폐문제에 대한 가닥이 잡혀 6자회담 조기 개최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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