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협.협상’ 병행전술 구사하나

북한의 행보가 이중적이다.

북한이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초청하는 한편으로 핵실험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1일 파악됐다.

마치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공언한 대로 우리 길을 갈 것’임을 알리려는 전술을 구사하는 느낌이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가 평양에서 북한과 어떤 협의를 할 지가 더욱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협상 파트너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핵 신고서 내용을 검증할 원칙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이 이번 기회에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신축성있는 검증이행계획서’의 윤곽을 잡을 경우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북한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은 그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관건은 1일 판문점을 통해 방북길에 오른 힐 차관보가 얼마나 재량권을 갖고 있느냐다.

그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갔다면 유연한 협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2002년 10월 ’HEU(고농축우라늄) 파동’을 주도한 미국 정부내 강경파들이 부시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검증계획을 끝까지 고수하려 한다면 협상파인 힐 차관보의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검증협의를 주도하는 미국의 비확산담당 당국자들은 검증원칙에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 방문 등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등 자신들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항목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북한은 이를 ’패전국에나 강요할 수 있는 강도적 사찰’이라고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 방문 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소 유연해진 협상안을 들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협상다운 협상’을 할 재량권 없이 단지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는데 그칠 경우 북한은 오히려 그를 통해 ’강경한 대응의지’를 과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일 북한이 힐 차관보의 방북 이후 핵시설 복구를 더욱 가속화하고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는 데까지 나가고 심지어 핵실험 재개움직임을 보일 경우 북핵 위기지수는 더욱 치솟고 미국 대선국면에서도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6자회담과 병행해 북.미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임기말에 몰린 부시 대통령과의 협상을 피하고 차기 행정부의 등장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북핵 6자회담은 장기 교착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