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비망록 왜 발표했나

북한 외무성은 2일 장문의 비망록에서 `2.10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상세히 밝혔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의 방한과 때를 같이해 발표된 비망록은 서두에서 “우리가 왜 6자회담 참가명분과 조건이 마련되어야 회담에 나가겠다고 하는가를 똑똑히 밝히기 위해 비망록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비망록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와 국정연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국회 인준 청문회 발언, 북한인권법 발효, 한반도 주변에서 주한미군의 군사훈련 등 구체적인 자료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을 조목조목 열거,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을 해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한다면 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북한 체제전복을 노린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평화 공존에로 나올 정치적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그를 실천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는 미국이 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라고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체적으로 비망록은 2.10성명을 비롯해 그동안 북한이 6자회담 개최와 관련해 시종일관하게 미국에 주장해온 대북 적대정책 변화 촉구를 재확인했을 뿐 새로운 입장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비망록이라는 형식 자체가 북한이 주요 사건이나 현안에 대해 정치, 법률적 측면에서 진상과 함께 입장을 밝힐 때 사용해 왔다.

북한이 이처럼 비망록이란 형식을 통해 6자회담 불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나선 것은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의 정치 경제적 후원자인 중국과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은 지난달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현 국제정세에서 조선반도 비핵화가 조선 인민의 이익은 물론 중국의 안전과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강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ㆍ경제적으로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 중재역할을 하는 중국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6자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썼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10성명과 관련해 미국내와 국제사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태도변화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고립에로 몰아가 실책을 범했다는 뉴욕타임스(2.11) 사설과 워싱턴 포스트(2.22)의 “평양 정부에 `적대의도가 없다’는 세마디 말만 해주면 핵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열릴지도 모르는데 부시와 라이스는 그러한 표현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설을 비망록이 거론한데서 엿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은 비망록을 통해 2.10성명에 대한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과 비난에 나름대로의 논거를 내세워 ‘변명’함으로써 자신들 입장의 당위성을 설득시키고 국제사회의 압박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으론 중국 등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한다고 해서 미국의 변화조치 없이 회담에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비망록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태도 변화를 다시금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망록이 “미사일 발사 보유에 대해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미사일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미국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집할 경우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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