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림픽 투표 중 대신 ‘호주 지지설’ 사그러드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베이징 올림픽 결정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에 반기를 들었다는 뜬 소문이 10여년 만에 다시 중국 네티즌들의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93년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제27회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장.

이날 중국은 베이징을 개최후보 도시로 내세워 호주와 막판까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단 2표 차이로 시드니에 2000년 올림픽 개최권을 내줘야 했다. 중국인들은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이날을 ’암흑의 9월(黑色九月)’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뼈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워낙 근소한 차이로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탓에 당시 승부를 갈랐던 2표의 출처에 관심이 모아졌고 결국 불똥은 북한으로 튀고 말았다.

북한이 올림픽 개최지로 중국이 아닌 호주를 지지했다는 소문이 중국 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됐던 것. 특히 이런 소문은 그때가 마침 중국이 92년 한국과 수교한 직후였다는 시점과 맞물려 뭔가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곁들여지고 이후 북한마저 이런 소문에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중국 사회에서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지지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올림픽 유치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우샤오주(伍紹祖) 전 중국 국가체육국장의 발언을 통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우 전 국장은 이달 9일 방영된 베이징 TV의 올림픽 관련인사 릴레이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 “당시 조선(북한)은 호주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것.

당시 류치(劉淇) 베이징 시장과 함께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었던 우 전 국장은 이날 방송에서 “당시 조선이 어느 나라에게 투표를 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시 조선의 당에서는 중국에 투표를 하겠다고 결정을 했고 당성이 강한 조선올림픽위원회 주석(위원장)이 당의 입장에 상관하지 않고 호주에게 투표를 했다는 것은 소문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당시 조선올림픽위원회 주석과는 친구 사이로 그는 아주 정직하고 전쟁 시기 때 김일성의 경호원이었기 때문에 당의 명령을 듣지 않고 중국에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우 전 국장이 언급한 당시 조선올림픽위원회 주석은 북한의 제7대 국가체육위원장을 역임하고 92년까지 북한올림픽위원장으로 재직했던 김유순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 TV에 따르면 우 전 국장의 인터뷰는 9월5일에 녹화돼 이달 9일과 23일 두 차례로 나뉘어 방영됐으며, 우 전 국장이 북한의 시드니 올림픽 지지 소문을 부인한 방영분은 9일 전파를 탔다.

13년 간 중국인이 굳게 믿어온 통념을 깨는 우 전 국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중화망(中華網)에 올린 글에서 “우 전 국장이 실제 북한이 어디에 투표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발언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기도 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당시 중국의 매체에서 올림픽 유치 실패와 관련, 조선을 많이 비방을 했다”며 “대부분 본질을 버리고 현상만 가지고 얘기를 한 것이었다”며 이제라도 오해가 풀린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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