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예상했던’ 반발…남북관계 `인권파도’ 넘을까

북한이 남한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틀어진 남북관계가 6자회담 재개로 진전의 계기를 맞는 듯 했지만 인권문제라는 장애물이 더해진 셈이다.

북한은 18일 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에 또 하나의 장애를 조성한 범죄행위로 하여 초래될 모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지 만 하루가 지난 19일 오전까지도 주 유엔 차석대사의 거부 입장만 있었을 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한 직접적 비난 성명을 내놓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즉, 북한이 남한의 찬성을 보다 중하게 여기며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 적잖은 후폭풍이 불어올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 내 분위기는 차분하다.

정부 당국자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앞으로도 남북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정부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순간 이미 남북관계에 초래될 어느 정도의 악영향은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서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16일 남한의 인권결의안 찬성에 따른 남북관계를 전망하면서 “불쾌감 표시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멀리 보면 남북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관심은 북한의 불만이 실제 남북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조평통 성명은 “6.15공동선언의 기초를 파괴하고 북남관계를 뒤집어엎는 용납못할 반통일적 책동”, “끓어오르는 민족적 분노를 안고 준렬히 단죄 규탄한다”는 등의 거친 표현으로 남한을 몰아붙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북한이 남한의 인권결의안 찬성을 문제삼아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남한의 쌀.비료 지원 유보에 반발해 이산가족 화상 상봉행사를 취소하고 당국 간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서도 두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북측도 두 사업을 끊기는 부담이 크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남북대화 재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민족의 존엄과 이익보다 외세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을 지탱해 나가는 자들은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을 것”이라고 한 부분은 남북대화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남한 정부의 쌀.비료 지원 유보 조치로 지금도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을 찾으려 했던 우리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막아 온 근본적 이유인 북한 핵실험과 이에 따른 남한의 쌀.비료 지원 유보 조치에 돌파구가 마련됐을 때도 북한의 뒤틀린 심사가 유지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조만간 열릴 6자회담이 진전을 이뤄 북핵문제 해결의 계기가 마련되고 남한 내에서도 쌀.비료 지원 재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북한도 남한의 인권결의안 찬성을 문제삼아 대화를 피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년 초에 북한의 식량난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6자회담 진전과 이에 따른 쌀.비료 지원 재개가 남북관계의 가장 큰 변수라는 점에는 달라진 게 없어 인권결의안 찬성의 ‘파고’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아울러 남한이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PSI(확산방지구상)에 끝내 직접 참여를 고사한 점도 북한이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체육회담을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한 다음달 도하 아시안게임(AG)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의 성사 여부가 남북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의 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제안을 철회할 가능성도 거론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공동입장 제안을 철회하지 않는데 우리가 이를 거부한다면 남북관계는 한시적으로 더 꼬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비정치적 행사인데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국제 종합대회에서 한번도 거르지 않고 7차례나 공동입장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긍정 검토 기류가 강하지만 핵실험 상황에서 남북이 손을 맞잡고 웃으며 입장하는데 대한 부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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