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 합의에 대한 법적 구속력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13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위반으로 규정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안보리의 ‘의장성명’은 결의문에 가까운 의장성명으로 미국과 일본은 ‘실리’를 중국과 러시아는 ‘명분’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측이 제시한 초안에 따르면 1718호 결의 8항에 의해 부과된 대북 제재 조치를 조정키로 합의하고 안보리의 대북 제재위원회에 24일까지 제재 조치 조정 내용을 보고토록 해 지난 1718호의 내용을 강화하고, 실질적 적용을 가능케 했다.
또, 만일 제재위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보리가 이달 30일까지 조정 조치에 나서기로 했고, 제재위에서는 대북 금수물질 확대와 자산 동결 등 제재를 가할 기업 등을 선정하는 것을 포함시켜 1718호 보다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수전 라이스 미 유엔 대사는 11일 의장성명 초안에 합의한 직후 “(의장성명 내용이) 매우 강하다”며 “국제법 위반이 별 탈 없이 지나가지 않고 결과를 낳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에 위배됨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이번 성명이 기존의 대북 제재를 보강하고 사실상 강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장성명의 법적 구속력 여부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보수성향의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의장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미 국무부 법률가들도 유엔 안보리 헌장 7장을 인용한 결의만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의는 행동이지만, 의장성명은 의견”이라며 이번 안보리의 결정을 평가절하했다.
볼튼 전 대사의 유엔 헌장 7장 인용은 유엔의 군사적 제재까지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폭스뉴스도 미국은 의장성명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의장성명은 결의안보다 약한 대응이라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라이스 대사는 이러한 일각의 비판에 “(의장성명도)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 주요 언론은 의장성명 채택 합의에 대해 ‘타협’이라며 너무 쉽게 의장성명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주장을 옹호해 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내용을 지지함으로써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임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신문은 “미국과 일본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좀 더 강력한 안보리 결의 채택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안보리 주요국들이 북한의 로켓 발사는 비난하면서 새로운 강한 제재는 피하는 타협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의장성명 초안의 내용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강한 단어와 요구가 담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실제 지난 2006년 이후 2년 동안 흐지부지 됐던 대북 제재안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활할 가능성이 커 실질적으로 북한을 응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의장성명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 논란보다는 6자회담 진전에 따라 이번 의장성명 내용이 대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또 다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현실적이다. 추후 6자회담에서 북한이 이번 결의의 무효화를 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미국이 합의해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강력한 제재 내용의 결의 1718호를 내놨지만 2.13합의 등 대화무드가 조성되자 흐지부지 했었다.
2006년에도 안보리는 회원국들에게 대북 제재 이행방안을 제출토록 요구했지만, 실제 리포트를 낸 국가는 192개 회원국 중 73개국에 불과했다. 따라서 미국의 강력한 제재 의지와 달리 북한은 이번 안보리 성명도 솜방망이 정도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또, ‘신중한 대응’ 입장을 밝혀 온 중국과 러시아 측이 제재 리스트 작성시에 제재 대상 선정을 최소화해 제재안을 무력화시킬 여지도 아직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