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년사 전문가 반응

북한이 1일 신문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에 대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면서 내부결속을 강조하는 수세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북ㆍ미 대결보다 민족공조를 내세우고 농업증산을 강조한 것은 위기의 장기화와 내부 동요에 대비하겠다는 자세로 풀이했다.

올해 대대적인 개혁개방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북한 신년사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올해는 노동당창건과 광복 60돌, 6.15 공동선언 5주년 등 역사적 의미가 큰 해지만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강조해왔던 선군정치와 민족공조를 통해 핵위기를 돌파하고 사회주의 고수와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구하려는 입장을 유지했을 뿐이다.

조국통일 ’3대공조’(민족자주ㆍ반전평화ㆍ통일애국) 제시와 농업증산 강조가 가장 큰 특징이다. 북한은 그만큼 한반도 전쟁의 위험성과 내부 동요를 경계하고 있으며 이를 민족공조와 식량문제 해결로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미군철수를 신년사에서 직접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6자회담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군철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을 뿐 대미 공세를 취하지는않았다. 일단 2기 부시 행정부의 출범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핵문제 해결의 전망이 밝지 않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3대공조’를 체계화한 것이 두드러진다. 올해 민족공조를 내세워 대남 유화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의 압력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의도다.

또 미국에 대해 수세적인 입장에서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핵문제에있어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조선민족과 미국의 대결’ 등 극한 대립은 피하고있다.
경제ㆍ사회 전반에서도 수세적인 입장이다. 올해도 외부의 압력을 ’어떻게든 잘버텨보자’는 태도로 내부결속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체제유지 강화에 주력해 새로운 제안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 5주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만큼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는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지난해 ’3대전선’(정치사상ㆍ반제군사ㆍ경제과학)대신 농업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삼는 등 실리 사회주의를 한층 강조했다.
반제국주의와 반미(反美)에 대한 언급은 확연히 줄었다. ’핵전쟁의 위험이 날로커지고 있다’고만 언급하고 민족공조에 호소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선군정치, 일심단결 등을 내세워 체제 응집력을 강화하고 사회안정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대화틀을 유지하면서 북ㆍ미 양자대화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 긍정적이며 올해 민생안정과 대외관계 개선에 주력하려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장 = 지난해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가 미흡했다. 전력생산과 철도수송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체제수호를 위한 우선과제로 경제성장을 꼽고 각 분야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각종 기념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 하겠지만 기존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예전에 겪었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있어 경협 활성화를 통해 남북화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한편 ’반동적인 사상독소’,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 등 7.1 경제개선관리조치 이후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을 배격하고 청년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조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팀장 = 농업을 특히 강조한 것은 경제건설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주민생활의 안정, 지속적인 경제건설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업부문 현장의 자율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농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포전담당제가 확대 시행되는 등 농업에 대한 중앙의 관리가 보다 탄력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일선 경제관료의 과학적이고 능동적인 경영마인드를 강조한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선진농법과 기계화를 강조하고 있어 남한과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