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년사, 완전히 맥 빠졌다

2005년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전체적으로 크게 맥이 빠져 있다. 해방 60주년,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에 걸맞는 사설로 보기 힘들 정도다.

50주년, 60주년 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신년사라면, 설사 인민들에게 내놓을 게 별로 없다 하더라도 각종 대내외 정책에서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며 강한 어조로 나오는 게 특징이었다.

2000년 신년사(‘당창건 55돌을 맞는 올해를 천리마 대고조의 불길 속에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는 사상중시・총대중시・과학기술중시의 3대 기둥을 새롭게 제시하고 이른바 ‘강성대국론’을 처음 내놓은 바 있다.

올해 사설은 새로움이나 ‘기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신년사 제목부터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로서, 아주 밋밋하다. 일년 중 <노동신문>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제목이다.

내용도 새로운 항목이 별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농업증산 강조 ▲민족자주, 반전(反戰)평화, 통일애국의 ‘조국통일 3대공조’에 그치고 있다.

미국에 대해 대북적대정책 포기를 촉구했지만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미국에 대한 ‘호전적’ 표현도 약화되어 있다. “미국은 우리를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시도를 버려야 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정도로 어조를 누그려 뜨렸다.

대신, 체제유지와 관련, 내치(內治)를 강조했다.
▲‘일심단결’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 등 수세적 정권보호를 강조한 대목이 늘었다.
▲농업증산, 선진영농, 농업관리 개선을 강조했다.
▲과학적 경영전략, 기업전략을 중시하고 주도성 창발성 능동성을 강조했다.
▲부르조아(자본주의) 생활양식의 침투를 경계했다.

핵문제 언급, 왜 빠졌나?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하면 이번 신년사에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조-미 사이의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은 일관하다”며 “미국의 강경정책에는 언제나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올해는 핵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도 빠져 있다.

핵문제를 생략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첫째, 김정일 정권 내부에서 핵문제에 대한 전략적 노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확실히 전달받은 반면, 이에 대응해 새롭게 내놓을 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체제안전보장 문제와 관련, 미국의 최종입장을 더 기다려보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 행정부 일부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해 ‘체제전환’(regime change) 대신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김정일 정권은 핵문제에 대한 남한과 중국의 태도를 좀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번 신년사에서 대미관계 등 대외정책에 관한 부분이 크게 줄고 정권안보, 경제문제 등 내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그만큼 북한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주고 있다.

The Daily NK 신년사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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