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 경제 복구 발목잡나

북한 지역에 쏟아진 집중 호우로 곳곳에서 인명피해는 물론 농경지와 주택, 산업 기반시설 등이 침수되거나 파괴돼 당장 주민생활의 어려움과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 전반이 허리가 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부터 지역에 따라 양동이로 퍼붓다시피 쏟아진 호우로 평양시를 비롯해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함경남도, 강원도 일부는 쑥대밭이 됐다.

이번에 수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는 황해북도 신평.곡산.서흥.신계군과 황해남도 장연.룡연.은천군, 평안남도 양덕.신양.맹산.북창군, 강원도 회양.세포.천내.이천.평강군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에는 지난 7일 자정부터 12일 밤 11시까지 적게는 400㎜에서부터 많게는 6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김기준 곡산군 인민위원장은 14일 조선중앙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새벽 2시경부터 내린 폭우로 수많은 살림집과 군안의 기관.기업소들이 물에 잠겨 국가 설비와 물자들이 파괴.유실됐다”며 “수천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제방, 수문, 양수장들이 파괴되었으며, 많은 곳에서 산사태로 도로가 뭉청 잘라져 자동차들의 운행이 중지됐다”고 심각한 피해상을 전했다.

올해 집중호우가 북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년에 이어 연속해 대규모 수해가 발생, 엎친 데 덮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작년 수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큰 수해를 당해 복구가 더욱 어려워짐은 물론 많은 농경지의 침수.매몰은 내년 식량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농경지 수만 정보가 침수.매몰.유실됐다며 황해북도 1만 3천여 정보, 함경남도 9천여 정보 등의 피해 상황을 전했다.

북한은 전체 식량 수요 650만t가운데 74%인 480만t을 확보해 170만t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은 지난 3월 방북한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들에게 식량 100만t이 부족하다면서 외부원조를 요청했었다.

특히 최근 쌀 부족으로 일부 지역의 쌀 값이 올라가고 있으며, 남측의 일부 대북지원 단체는 북한에서 식량부족으로 아사자가 늘고 있다며 긴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로 인해 10만t 정도의 곡물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벼가 결실하는 시기여서 이번 수해가 쌀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주택 침수 및 파괴는 당장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식수오염과 전염병 확산 등은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나아가 주요 철도 및 도로가 단절돼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원활한 수송도 차질이 불가피 하다.

특히 북한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부 공장.기업소가 침수로 인해 가동중지되고, 전력공급 중단과 탄광의 침수로 석탄공급에 차질이 생겨 공장 가동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평양방송은 14일 “전력공업 부문의 일꾼과 전력 생산자들이 무더기비에 의한 피해 대책을 철저히 세우면서 전력생산에 커다란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탄광들에 전력을 원만히 공급해 침수 갱들을 빨리 복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해는 북한의 올해 경제정책 수행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경제 현대화 및 경제 잠재력의 발양을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2005년 이후 3년 연속 농업생산, 즉 ’먹는 문제’ 해결을 역점사업으로 잡았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감행한 핵실험으로 ’군사대국’을 실현했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통해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수해로 당장 추위가 닥치기 전까지 피해 복구에 주력해야 할 처지에 놓였으며, 이에 따라 애초 계획했던 대로 모든 역량을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행상에 쏟아넣기는 어렵게 됐다.

매년 되풀이되는 자연재해가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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