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벼랑끝 전술, 약발 통하나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먹히고 있는가?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싼 미국내 움직임을 살펴보면 핵실험이라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효과가 어느정도 재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물론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비 때마다 위기지수 극대화라는 벼랑끝 전술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던 약발이 이번에도 먹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처럼 목을 매고 있는 금융제재 문제에서 일부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금융제재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데서 한발 물러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여 있는 2천400만 달러에 대한 조사작업을 빠른 시일내에 종결하고 그 중 합법 자금을 선별해 추후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2일 “6자회담 틀 안에서 구성될 북미 실무그룹에서 대북 금융제재를 야기한 불법 행위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협력해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접촉을 통한 ’논의 가능’만을 주장했던 종전과 달리 ’해결’을 강조한 것은 ’금융제재 문제의 논의.해결’을 주장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6자회담 복귀 발표 내용을 연상케 한다.

북한의 핵실험 카드는 미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미국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성공적 결과’도 가져왔다.

미국 정가의 분위기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공화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섰고 공화당 내에서 조차 양자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미국의 중간 선거를 의식해 약 한달전 핵실험을 강행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시 행정부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낸 셈이 됐다.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조선(북)이 미사일 발사 훈련과 핵시험까지 하게 된 것은 무슨 자포자기가 아니라 치밀한 타산과 전략에 따라 실시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대로 가는 것 같다”며 “부시 행정부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 북한에 뭔가 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클린턴 행정부 때와 달리 부시 행정부에서는 약효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작년에도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질적 변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2.10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전격 선언, 영변 원자로에서의 폐연료봉 추가 인출 등 초강수 카드를 잇달아 던지며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대립으로 일관하던 양국관계는 미 국무부 관계자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와 전화통화를 시작으로 물꼬를 트기 시작, 7월 베이징에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의 비밀 접촉을 통해 중단 13개월만에 6자회담 복귀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시 행정부가 중간 선거를 의식해 서둘러 회담에 나왔지만 대북 강경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벼랑끝 위협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교수는 “미국이 지금은 여론에 쫓겨 대화에 나오지만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지는 미지수”라며 회담 결과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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