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족경제 균형발전 시키자”

“밀린 사업은 올해 내에 완료하자. 그리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경협사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자”.

북측이 9일부터 서울에서 진행 중인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를 계기로 남북 경협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우리측에 제의해 주목된다.

최영건 북측 위원장은 9일 환담에서 “새 각도에서 새 힘으로 협조하자”고 한데 이어, 10일 기본발언에서는 “경협을 남북이 서로 필요로 하고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새 방식으로 하자”고 밝혔다.

여기서 ‘새 각도’는 새로운 접근법을, ‘새 힘’은 새로운 경협 동력을 의미한다.

이런 북측의 태도는 북핵 6자회담의 이 달 말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경협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견상 우리측이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시행할 포괄적ㆍ구체적 경협 구상의 실천방안으로 입안 중인 이른바 ‘7대 신(新)동력’에 대해 북측이 ‘신(新)경협 구상’으로 불릴 만한 제의로 호응해 온 것처럼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남북이 공히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경의ㆍ동해선 연결 등 3대 경협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고,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각론까지는 나오지 않고, 경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총론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경협의 새 방식을 강조하고 남북 경제구조의 특성을 감안한 상호보완적인 협력사업의 추진방향을 제시했다”면서 “북측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감안한 방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측은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하면서 생산력과 자원을 쌍방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며 “남북이 서로 원료를 공급하고 생산능력을 높여나간다면 경협의 폭을 얼마든지 넓혀나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발언의 뉘앙스를 토대로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업은 자원 분야 협력이다.

북측의 다양한 부존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력이 합쳐질 경우 공동의 이익을 캐낼 수 있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도 자원개발산업은 공업기반이 사실상 무너진 북측의 수출주력 분야이며, 무연탄과 철광석은 중국에 대한 수출에서 상위 10위권에 드는 주력품목이다.

현재 북측 자원 개발 분야에는 중국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진 상황이지만 이를 남북경협에 활용할 경우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우리측도 정부 차원에서 북측과 장기적인 차원의 자원 분야 협력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은 상태다.

예컨대 2002년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키 위해 만든 ‘2010 에너지 정책방향과 발전전략안’에는 남북통합형 석유시스템 수립안은 물론 잉여 석탄산업 설비 지원 및 공동 유전탐사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적이 있다.

특히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남북통합형 석유시스템은 북한 내 정유공장 위탁운영 방안이나 신설계획, 남북 송유관망 계획 등을 포함하는 마스터플랜이었다.

우리 공기업에서 개별적으로 북측과 협력을 모색한 사례도 있었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북측 삼천리총회사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의 흑연광산 을 개발, 20년간 3천t씩 채광하는 협력사업을 2003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한반도 최대 철광인 함경북도 무산철광 현대화 작업도 구상 중이다.

한국석유공사는 경협 차원에서 북측 서해 및 발해만의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 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검토작업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한석탄공사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측과 북한 내 탄광의 공동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개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움직임에 남북 당국이 직접 관여한다면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체계적인 추진을 통해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외의 추가적인 공단 개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북측이 평양의 외항인 평안남도 남포항을 공업기반을 갖춘 물류 인프라로 개발하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특히 우리측이 검토 중인 7대 신동력 중에도 남포항 현대화가 들어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개발이 아직 시범단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본단지 개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남포항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우리 기업을 끌어들일 만한 공단 형태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밖에 개성이나 백두산관광도 새로운 사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사업은 북측은 물론 우리측도 적극성을 띠고 있는 분야인 만큼 다른 사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백두산의 경우 북측이 최근 동계 스포츠단지를 조성한 데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사될 경우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관측에도 불구, 그동안 남북경협이 북핵 문제를 비롯한 주변 정세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구체적인 사업으로 시행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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