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대선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나

“북한이 미국 대선 국면을 활용하는 듯하다.”

최근 북한의 행보를 주시해온 외교소식통은 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04년 하반기에 벌어진 것과 비슷한 일들이 현재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북한은 2004년 6월 23∼26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제3차 6자회담을 끝으로 협상 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둘러싸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이던 북한은 그해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를 본뒤 향후 행보를 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났다. 그러자 북한은 2005년 2월10일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맞서더니 5월에는 영변 5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천개 인출 완료를 발표하며 위기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결국 부시 2기 행정부가 협상쪽으로 확실한 방향을 정하자 북한은 협상장에서 떠난 지 13개월만인 7월 제4차 1단계 6자회담에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2단계 회의에서 비핵화의 설계도로 평가되는 ’9,19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철저하게 미국 대선 시간표를 의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후보수락 전당대회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핵시설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구 방침을 밝힌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맞춰 핵시설 복구 개시 행보를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선군체제를 지탱하는 북한 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국내외 상황을 종합해 최대한 자신들의 위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1차 핵위기 때 미국의 협상팀에서 활약했던 게리 새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은 최근 미국이 현재의 검증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북한이 앞으로 6∼8주 내에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불능화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약 5천 개의 폐연료봉을 추출해 수조에 보관중이며, 이를 재처리하면 원자폭탄 1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6~8kg의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6∼8주를 계산하면 11월4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일과 맞물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협전술’이 미국 대선국면을 계기로 극적 효과를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불능화된 핵시설의 복구 뿐 아니라 미 대선 전후를 기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카드응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임기말에 몰린 부시 행정부는 물론 대선을 앞둔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들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핵문제에 쏠린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 맞춰, 그리고 미 대선 주자들의 공약 내용을 분석하면서 향후 자신들의 행보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칫 북한이 오판할 변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의 등장을 기다리며 시간끌기를 하지 못하도록 임기말의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후보간 핵협상에 대한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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