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당 농업·경제비서들 왜 직위해제하나?

▲전 北농업담당비서 서관히

북한 당국이 지난 11월 초 농업생산 부진과 생산량 허위보고를 이유로 지역 도당 농업부문 책임자들을 대거 문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앙위원회 집중 지도 검열에 적발된 이들은 농업생산 실적을 허위보고 하고, 개인적으로 생산물을 빼돌린 것으로 문건은 밝히고 있다. 적발된 대상들 중 도당 책임자들은 출당과 함께 철직(撤職 · 직위해제)돼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의 진위 여부와 경과는 향후 해당자들에 대한 법적 처분과 후속 간부 임명 과정에서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올해 북한 내부 식량 생산량이 극히 저조해 식량난이 가속화 될 우려가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식량난이 극심했던 1997년. 김정일은 당시 중앙당 농업담당 비서인 서관히에게 간첩혐의를 씌워 공개총살 했다. 이 사건은 식량난의 책임을 서관히와 미국에게 돌리려는 김정일의 정치적 술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평양시 재판소장이 낭독한 판결문에서 “서관히는 미국의 고용간첩으로 30년 간 암약했으며 당의 농업정책을 말아먹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책동했다. 토양에 맞지 않은 종자와 농약을 사용하게 했고 과일나무 가지를 자르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르게 해 과일이 열리지 않게 했다”는 등 갖가지 죄목이 열거됐다.

농업담당 간부들에 대한 이러한 대규모 철직과 처벌은 북한 간부들의 부패가 매우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중앙당 간부에서 시군 당위원회 및 정권기관들까지 부패가 만연돼있는 상황이다. ‘돈 없이 되는 일 없고,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중앙당 검열단이 농업담당 간부들의 비리를 캐기 위해 치밀하게 조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농업생산물을 개인 사취(私取)한 간부들을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의 식량난 위기에 대한 우려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 전 사회가 부패가 만연한 조건에서 농업담당 간부들에게 그 처벌이 집중된 것은 아무래도 다가올 식량위기의 책임 전가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도 도당 농업담당 간부들이 대거 출당과 철직, 사법처리라는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된 것은 농업부진의 책임을 이들에게 돌려 김정일에게 쏟아질 원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식량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식량 관련 일꾼들의 기강을 사전에 바로 잡을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