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학생, ‘남조선 청년’ 따라한다

요즘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에 또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부르주아(자본주의) 생활양식’ 침투에 강력한 단속을 시사했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정신과 몸가짐, 일상생활과 문화생활에서 사회주의식으로 건전하고 ‘혁명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규정한 사회적인 법규이다.

북한은 개인의 몸은 집단의 일부분이며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집단주의 교양을 집요하게 시키고 있다. 어떤 개인의 특색이나 개성 같은 것은 통하지 않고 열 명이 모이면 모두 한가지로만 보이는 집체적인 색깔론을 고집하고 있다.

내가 대학생활을 할 때 남한은 88올림픽을 개최하였고 북한은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었다. 임수경 대표가 방북했을 때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대학생들은 ‘아! 저게 바로 자본주의 모습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나름대로 자본주의 사회를 그려보았다. 당시 임수경이 북한에 준 영향은 매우 컸다. 북한의 대학생들을 ‘의식화’하고 자본주의의 문화를 북한 젊은이들에게 실제 모습으로 보여준 최초의 남한 대학생이었다.

북한에서는 토론을 해도 원고 없이는 자기주장을 할 수 없다. 암기능력은 좋은데 어릴 때부터 김일성의 유일사상과 어긋나는 발언을 하지 못하게 했던 관계로 미리 작성한 원고나 보고서 없이 개방식 발언을 하는 것은 회의법규상 금지되어있다.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는 영화나 사진에서 남한청년들의 모습을 보고(대표적으로 ‘5.18광주폭동’, ‘이름없는 영웅들’에서 남한청년들의 스타일) 따라 하거나, 장발을 하고 옷차림도 외제를 선호하는 바람이 불곤 한다. 한때 청바지를 입는 풍이 불었는데 북한 당국은 대대적으로 규찰대를 조직하여 거리바닥에서 바지를 가위로 찢고 여자들이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으면 강제노동과 함께 비판을 시켰다. 장발을 한 청소년들은 학생모임에서 가위로 머리를 보기 흉하게 잘라버리고 비판을 시켰다.

현재 북한에는 중국, 일본, 미국, 남한 등 많은 외제 옷이 나돌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 옷은 잘 팔리고 선호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남한 옷은 밀매한다. 미국 옷은 ‘철천지 원수의 것’ 이라는 계급적인 이미지가 첨가되고 남한 옷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라는 적대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도 US와 KOREA제품을 많이 찾는데, 거래를 할 때는 상표를 찢어버리고 매매한다.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포르노와 외제 액션물CD, 녹화테이프가 중국상인들의 밀거래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고 지금은 남한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다. 북한에서 간부들이 몰래 포르노 비디오를 보다 축출된 경우가 많은데 일반주민들이 보다가 걸리면 기계를 회수당하고 법적 제재를 받는다.

북한이 남한의 자본주의 문화를 배격하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유화 바람이 불면 김씨 왕족이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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