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외라인 ‘바쁘다 바빠’

’2.13합의’를 통해 미국.일본과 양자외교 채널을 갖춘 북한의 대외라인이 풀가동에 들어갔다.

미국과의 협상을 현장에서 지휘해온 대미외교의 야전사령관격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7일 평양을 떠나 내달 1일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시작으로 방미일정에 들어간다.

스탠퍼드 대학 비공개 강연 등이 예정돼 있지만 역시 주목을 끄는 것은 5일부터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의 첫 북미관계 정상화 워킹그룹 회의.

이번 회담의 중요성과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해 한성렬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2.13합의 직후 미국을 방문해 김 부상의 방미 사전정지작업에 들어갔고 김계관 부상은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 대미외교라인을 총동원해 미국과 협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 워킹그룹과 거의 동시에 내달 5일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일관계 정상화 워킹그룹 회담을 앞두고 북한 외무성의 대일 외교라인도 분주한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일본과의 회담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그동안 대일수교협상을 맡아왔던 송일호 외무성 북일관계정상화 대사가 수석대표를 맡아 그동안의 논의와 일본의 ’납치’공세에 맞선 논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본과의 워킹그룹회의를 비공식으로 하겠다고 하거나 미국과 워킹그룹회의보다 뒤로 미루겠다고 요구하면서 일본의 속을 태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수교문제 보다는 ’납치문제’를 내세우고 대북제재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탄압을 통해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과의 양자채널 복구와 더불어 ’2.13합의’ 직후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 합의하고 27일부터 회담이 열림에 따라 북한의 대남라인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비롯한 ’대남일꾼’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비료 등 남한으로부터의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냄으로써 올해 공동사설에 명시된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 속에서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이나 상대 체제존중 차원에서 참관지 제한 철폐 등 이른바 ’근본문제’에도 집착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는 쉽지만은 않은 회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일 3국과의 잇단 회담이 열리고 있거나 예정돼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일체의 공개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8일 전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청진기초식품공장과 군민발전소, 어랑군에 위치한 어랑천 1호 발전소, 장연호양어장 현지지도 이후에는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집무실에 칩거하면서 국방위원회 라인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과 함께 회담의 진행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전략을 구상하고 지시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과거의 전례로 미뤄볼 때 북한은 6자회담 관련 ’상무조’(태스크 포스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외무성 관련부서에서 최고의 전문가들로 상무조가 구성된다”고 말했다.

1994년 북미 고위급회담 때 북한은 미국국과 국제기구국, 조약국 등에서 인력을 모아 상무조를 운영했었지만 이번에는 6개국이 참가하는 회담인데다가 북.미, 북.일 양자회담이 열리는 만큼 그 규모나 동원인원이 방대할 것이라고 현 책임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회담의 최종결정은 김정일 위원장이 하겠지만 회담과 관련된 기본 방향은 이 상무조에서 논의해 잡아 간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