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미 기존입장 재확인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정상적인 사고력을 잃은 불망나니 무리’라고 규정하고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기존의 강경 입장을 재천명했다.

노동신문의 논평 제목이 ‘불망나니 무리와는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논평에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강한 불신감이 깔려있다.

우선 부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눈에 띈다.

논평은 “부시야말로 무고한 인민들의 피가 묻은 손을 내흔드는 세계최악의 파쇼독재자이며 특등 전쟁미치광이, 히틀러 2세”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험한 사람’, ‘폭군’ 등으로 비판한 데 대해 외무성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 ‘도덕적 미숙아’ 등으로 비난한 것괴 비교해 더욱 거칠어진 것이다.

나아가 논평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전제 조건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즉 미국이 6자회담의 기초를 복구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폭정의 전초기지’와 같은 오명을 쓰고는 결코 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 큰 틀에서는 대북적대정책의 변화가 회담 참가의 전제 조건임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회담 참가에 필요한 조건과 분위기 조성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2일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한 사죄와 취소를 촉구했으며 같은달 16일 외무성 대변인은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 회담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회담에 나가겠다는 뜻도 재강조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성의를 보이기는커녕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다.

노동신문이 “(미) 호전집단이 우리 공화국을 제2의 이라크로 만들려고 발광하고 있다”, “우리는 부시 집권 후 4년 이상 참을 만큼 참아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참으며 정책변화를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논평은 “우리는 누가 무엇이라고 하든, 그 어떤 압박공세를 가하든 자기가 택한 길을 따라 사소한 편차도 없이 곧바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 대미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 6자회담의 ‘군축회담화’ 주장, 영변 5㎿급 원자로 가동 중단 등 대응 수위를 높여 온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한편 노동신문 논평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비난하는 가운데 “미국은 우리 공화국이 6월에 지하핵시험을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제 나름의 견해를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통보한다 어쩐다 하고 부산을 피우고 있다”고 언급, 처음으로 핵실험 문제를 거론했다.

이 논평은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에 별도의 양자회담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힌 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