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측에 왜 `사죄’ 요구하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7일 참여정부의 남북관계 2년을 결산하면서 남측 당국에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책임에 대해 사죄할 것을 요구해 주목된다.

조평통 서기국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 등 10개 사안을 거론,”우리의 존엄과 체제,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원칙적 문제”라고 전제한 후 “참여정부는 2년 간 반통일 행적을 인정하고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든지 하루 빨리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사죄가 없는 한 남북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 어떻게 해서라도 내년도 경색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남측 당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동안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유감의 뜻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좀더 확실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강경 목소리와 달리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든지’라는 대목에서는 김 주석 조문 등에 대해 유감이나 사과의 뜻을 표시한다면 북측도 남북관계 재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엿보인다.

조문문제 등을 내세워 올 하반기 남북관계를 중단시켜 온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슬그머니 남북접촉에 나서기가 어려운 만큼 남측이 어떤 식으로든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도 내년은 6ㆍ15공동선언 5주년과 광복 60돌을 맞는 역사적인 해인데다가 핵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하루 빨리 풀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12.25)이 내년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최근 북한 언론과 대남 관계자들은 신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남측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바라는 수준의 사과표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북측 나름의 계산도 깔려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남측 당국의 ‘사죄’에 연연하는 데는 내부사정이 연관돼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내외 매체를 통해 남측의 ‘잘못’을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만큼 주민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을 납득시킬 만한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북한 권력 내부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 남측당국의 사과를 기어이 받아내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관계를 총괄해온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사망하고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의 와병,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해온 장성택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업무중단 등 그동안 남북 화해ㆍ협력을 이끌어온 실세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강경파가 득세했다는 주장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도 남북관계를 교착상태로 끌고가고 싶지 않지만 명분이 없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며 “남측이 그동안 북측의 각종 비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만큼 남측당국을 압박하고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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