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문제로 대미 압박

북한이 최근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계기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계속하고 있고 강력 비난하면서 이에 대한 “강한 대응책”을 잇달아 강조하는가 하면 ’6자회담 무용론’도 들고 나오는 등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내달 초 제네바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2차 실무회담을 앞두고 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어 6자회담 본회담이 예정돼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UFL연습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과 ’신뢰구축’이라는 미국 입장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미국이 대화 상대방을 반대하는 전쟁연습을 벌이며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는 조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견지하여온 대화 입장과는 별도로 강한 대응책을 취해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국이 지금과 같이 남조선에서 대규모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우리를 군사적으로 엄중히 위협해 나선다면 6자회담 자체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며 6자회담과도 연계시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21일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며 “강한 대응책”을 경고했고, 북한군 김격식 총참모장은 24일 평양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한 후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만일 미국이 핵문제를 구실로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며 남조선에서 변함없이 벌이고 있는 대규모 전쟁연습과 방대한 무력증강 책동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자기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의 핵 공격과 선제타격에 대비한 응당한 수준의 대응타격 수단을 더욱 완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무엇보다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실무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등 2단계 비핵화 이행방안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의 해제 등 양국간 관계 정상화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감안해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미국측이 실무회담 전부터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보다는 핵불능화 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한 북한의 응수이기도 하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이 시급한 북한 입장에선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훈련과 이에 따른 대북 적대정책을 문제 삼아 ’맞불’을 놓음으로써 보다 많은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미 실무회담이나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이 군사문제를 의제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한이 회담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핵불능화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연계시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한이 지난달 판문점대표부를 통해 제안한 북미 군사회담의 유효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쌍방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유엔 대표도 같이 참가하는 조(북).미 군부 사이의 회담을 진행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쉬 박사도 21일(워싱턴 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UFL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남한보다는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군부는 가능한 빨리 이 문제를 6자회담에 끌고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이 제기할 군사문제들로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주한미군의 주요 훈련 중단, 남한에 첨단무기 특히 최신예 전투기의 배치 중단, 미.일간 미사일방어체제 중단, 주한미군 상당수의 철수, 유엔사령부의 해체 등을 꼽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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