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추위 개최에 왜 동의했나

북측의 일방적 통보로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된가운데 북측이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의 6월 초 개최에 동의하면서 경협위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측은 6월 초 제주도에서 경추위를 열자고 우리측이 지난 22일 제안한 데 대해 열차 시험운행 취소를 통보한 지 하루 만인 25일 경추위 개최와 장소에 동의해 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날짜 조율이 필요하지만 6월초 개최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열차 시험운행 예정일 이전 이뤄진 우리측 제안에 북측이 시험운행이 무산된 직후 이런 입장을 보내온 것은 남북관계의 종전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북측의 이번 동의표시는 열차시험운행 취소가 남북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험운행이 무산된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북측이 경협위 개최에 동의한 것은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남측의 대북 여론을 자극할 공산이 있다.

북측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문제삼는 여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북측이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를 시험운행의 연기 이유로 포함시켜놓고 경추위에는 참석하겠다고 동의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지적을 비켜가기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여론과 정서는 대북협상에 임하는 우리측 정부의 재량권을 축소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북측이 경추위 개최에 동의하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북측이 처한 절박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열차 시험운행만 됐으면 이번 경추위에서는 북측과 주고받을 게 많았다.

경추위에서 다뤄질 의제가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쌀 차관 제공, 한강 하구 골재채취사업, 민족공동 자원개발사업, 개성공단 건설사업 등 즐비하기 때문이다.

북측은 또 시험운행이 무산된 것이 시험운행을 밀어부친 경협 라인이 아니라 군부 때문이라는 분석이 절대적인 만큼, ‘군부 탓’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 전개도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비록 희박하지만,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조치에 응하겠다는 군부의 확답을 갖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측이 시험운행을 무산시킨 원초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 만에 경추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은 군사보장조치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했을 수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지만 여론의 동향도 살피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경추위 위원장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통해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될수 없는 처사”라며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북측 책임”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정부는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검토작업을 거쳐 경협위 날짜 조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는 시험운행 무산 직후인 24일 오후 정부 당국자가 “예정된 남북관계를 일정대로 추진, 큰 틀에서 남북관계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북측에 결자해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고 여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경추위가 열리더라도 우리측은 시험운행이 무산된 책임을 철저히 따지고 이행을 촉구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부는 특히 국민 정서를 감안해 애초 경추위에서 최종 합의하기로 하고 대체적인 의견 접근을 이룬 경공업 원자재 제공방안도 시험운행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행하기 어렵다는 태도로 북측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