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수로’ 핵폐기 최대 난제로 급부상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21일 영변 핵시설 해체국면이 되면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날 북핵 6자회담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해 “경수로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핵시설 해체국면에 진전이 이뤄지는 시점에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그는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출국장에서 북핵폐기 순서에 대해 “가동중단-무력화(불능화)를 거쳐 궁극적으로 핵시설을 해체하려면 경수로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상의 이 같은 주장을 종합해 보면 2·13 합의 불능화 단계 이후 영변 핵시설 폐기에 앞서 경수로 논의를 시작해 제공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경수로 제공 전 핵시설 폐기는 없다는 것.

북한이 비핵화 이전에 경수로 제공을 고집할 경우 북핵 협상은 진전이 불가능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포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조건에서 6자회담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술로 보고 있다.

김 부상은 핵시설 가동중단과 불능화, 해체라는 단계를 분리해 해체 단계에서 경수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수로 문제를 언제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김 부상은 “문제 해결 기본은 중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유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9·19 공동성명에는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어 많은 전문가들이 2·13 합의 불능화 단계에서 경수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여기에 대해 미국측 입장은 명백하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경수로 제공 논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달성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뒤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난달 방북 시 북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9·19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시기’라고 명기한 경수로 제공 논의 시점은 비핵화 이후로 보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경수로 제공시기는 북한이 NPT에 가입하고 IAEA와의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여 협정 상의 ‘안전조치’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제1차 북핵 위기를 해결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산물로 영변 핵시설 동결과 NPT 복귀를 조건으로 북한에 2003년까지 100만㎾급 경수로 2기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하자 공사가 중단됐다.

미국은 ‘先 경수로 지원’이라는 북한의 지연전술에 말려 돈과 시간만 날린 꼴이 됐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은 부시 행정부로선 경수로 논의를 위해선 비핵화와 NPT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은 ‘통일정책연구’ 제16권 1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절박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수로를 얻을 수 있지만, 폐기하지 않고서는 경수로를 지원받을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경수로를 언제, 어떻게 지원하느냐의 문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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