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 발언에 대해 첫 반응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제도를 감히 변경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선택의 자유와 공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며 미국의 체제변경 주장에 대한 불쾌한 심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이라크 사태를 통해 본 미국의 인권유린행위를 비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체제변형’에 대한 입장은 두 문장으로 짤막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특히 대변인이 “최근 미국은 북조선인권법이 국제사회의 규탄과 배격을 받게 되자 그것이 우리의 제도전복이 아니라 제도변경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경제제도를 변경시키는데 있다고 둘러치고(둘러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체제변형’을 체제붕괴의 일환으로 주장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체제변형’ 발언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와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한 반응이 아니라 미국에 북한과 평화공존 의지 및 대북적대정책 포기를 촉구해온 기존의 입장속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취임사를 지켜보고 대북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 미국을 압박해 좀더 확실한 입장 표명과 유연한 대북정책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북한은 최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미 행정부 내에서 유화적인 대북발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외면한 채 “미국이 제도전복을 노린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대미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최근에 이르러 공화국을 중상 모독하며 궁극적인 제도전복을 이뤄보려는 미국의 비열한 흑색선전과 심리모략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전쟁과 연결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6자회담이 교착국면에 빠진 이유가 미 행정부가 3차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뒤집어엎고 회담 상대인 북한의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행위를 노골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체제변형이란 말이 미국 입장에서는 진전된 것이겠지만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깊은 북한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그같은 평가를 내놓기 힘들 것”이라며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북한은 대미 비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면서 내부적인 검토와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