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美의 적으로 남는 것 원치않아”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박길연 유엔대사가 “우리(北)는 미국의 영원한 적으로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박 대사는 특히 “미국은 우리의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을 존중해 주길 원한다”며 미국에 대해 체제존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핵보유를 선언한 2.10성명 이후 그동안 북한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위기상황을 고조시켜 왔던 점에 비춰보면 박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새로워 보인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 정립을 기대해 왔다.

1994년 미국과 체결한 기본합의문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동결을 축으로 종국에는 북ㆍ미수교로까지 이어지는 구도를 상정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궁극적 폐기를,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각종 봉쇄조치의 해제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도록 합의했다.

2000년 합의한 공동코뮈니케에서도 양측은 “두 나라 사이의 쌍무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들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적대관계’에서 ’우호관계’로 전환하고자 하는데는 크게 정치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수교가 체제보장을 위한 하나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북측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ㆍ미 공동코뮈니케에서 양측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방도”에 대한 협의를 강조, 전쟁 ‘중단’ 상태를 완전 ‘종식’으로 이끄는 데 합의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서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한 것도 결국은 수교를 통해 해결될 문제로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탈냉전 이후 사회주의권 붕괴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서방세계로부터의 자본 유치로써 타개하는 데 미국과 적대관계 종식, 정상관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지정 등으로 인해 미국내 자산 동결은 물론이고 각종 무역규제의 대상이 되는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수교가 절실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가동과 핵보유 선언을 ’협상용 카드’로 보는 것도 결국은 북한이 수십년 동안 보여 왔던 미국과 공식적인 외교관계 수립 의지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과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수교를 통한 체제보장과 경제적 문제의 해결”이라며 “특히 1990년대 초 일본과 관계정상화 협상과 미국의 1차 이라크 전쟁을 지켜본 뒤 북한의 이같은 전략은 확고하게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