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南언론 납북자 표현쓰면 회담못해”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남한 언론이 ‘국군포로·납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적십자회담 마지막 날인 12일 전날 교환한 합의문 초안을 놓고 본격적인 문안조율을 시도했다. 하지만 남측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북측은 기존 수준에서 진행하자고 팽팽히 맞서 최종 합의문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북측은 11일 밤부터 남측 언론이 ‘국군포로·납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이런 식으로 하면 회담진행이 어렵다”며 문제를 삼는 등 남측 대표단을 압박하고 있다. 북측의 이러한 태도는 납북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태도에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북측은 11일 심야에 열린 두 차례의 대표접촉 등에서 “공식적으로 ‘전쟁시기와 그 이후 시기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이 존재하지도 않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운운하고 있어 회담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남측 대표단은 “언론의 용어사용을 문제 삼기보다는 실질적 미래지향적으로 민족의 아픔을 풀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북회담 전문가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별다른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남측에서 지속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요구해 반발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의 범주에서 분리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실제 ‘국군포로·납북자’ 존재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기존의 입장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남측 회담관계자는 “남측의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상봉과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요구 등에 대해 북측은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을 긋고 있다”며 “시한 내 합의문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측은 상봉대상자를 찾는 일손부족 등 행정력 부재를 호소하며 현실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확대와 정례화가 어려운 만큼 일단 현실에 맞게 한 뒤 향후 여건이 좋아지면 확대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3월 금강산에서 열렸던 13차 이산가족상봉행사 당시 행사를 취재했던 MBC 전 모 기자가 1969년 납북된 신성호 선원 천문석씨 부부의 상봉 사실을 취재한 뒤 ‘나포’라는 단어를 사용해 기사를 송고하려다 북측으로부터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위성송출 차량에 무단으로 침입해 방송테이프를 빼앗아 검열한 뒤 ‘나포’라는 단어를 문제 삼아 방송 송출과 취재를 제한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 해온 공동취재단 소속 기자들은 북측의 취재 방해와 신변 위협에 대한 항의 표시로 모두 철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