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中동북공정에 `침묵’·’저자세’

북한이 한국의 고대사에 대한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저자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단군릉, 동명왕릉, 왕건릉 등을 복원하는 ‘역사 바로세우기’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안팎에 과시한 바 있어 동북공정에 대한 무대응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북한 보도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정부가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공정에 대해 초기에는 소극적이나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나 최근에는 아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004년 8월21일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란 이름 밑에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등 조선역사를 심히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에서의 역사교과서 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엄중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구려사 왜곡은 중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2004년 7월16일 “중국 신문들이 ‘고려와 고구려는 무관하다’고 우기는 등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까지를 큰 틀에서 중국사에 포함시켰다”면서 “이는 동북공정의 본질을 드러낸 것으로서 조선민족에게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노골적인 역사왜곡”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동북공정을 주관하는 중국사회과학원이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 민족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2년여의 연구 성과물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데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중관계에 있어 민감한 시점인데다 중국 당국의 공식입장이 아닌 연구성과 발표단계인 점을 고려한 무대응으로 관측하고 있으나, 민족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역사유적 정비와 대대적인 학술연구를 통해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조선-북조선’이라는 법통을 확고하게 세워놨다”면서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아예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혈맹’인 북중관계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동북공정이 중국 정부 차원 입장이라기 보다 학술연구 차원이기 때문에 공식대응을 자제하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과거 러시아의 고려인이나 중국 거주 조선족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다”면서 “북중관계가 악화되면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최근 대응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사회주의국간 내정불간섭이나 중국이 변방문제를 중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정권안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저자세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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