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9월 기상도..’본질적 전환’ 기로

북한 핵문제에 있어 9월은 의미있는 달이다.

북핵 6자회담의 제4차 2단계 회의(2005년 9월13∼19일)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되는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달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을 ‘북핵 포기’와 ‘상응조치’라는 두 기둥이 떠받치는 내용으로 구성된 9.19 공동성명의 내용은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최근의 양상과 일맥상통하다.

다만 9.19 공동성명 채택 4년이 다 되도록 성명에서 규정한 각자의 의무사항을 실천하지 못하고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쉬움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다시 한번 대전환의 기류가 9월, 또는 그 직후에 조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움직임이 매우 빠르다.

장거리 로켓 발사(4월)와 2차 핵실험 강행(5월)으로 한껏 한반도 위기지수를 올리던 북한은 7월초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도발행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1874호) 채택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억류된 미 여기자의 석방을 고리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특사조문단의 방남을 통해 대남 평화공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2012년 강성대국’ 전략에 따른 북한의 전술적 선택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2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그들이 지향하는 ‘공포의 핵 억지력’을 확보한 만큼 경제발전과 인민의 삶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전투’를 벌이기 위한 국내외 여건조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로 인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발전의 과정이 저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핵전략과 별개로 긴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31일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핵 억지력의 확보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로 이해된다”면서 “따라서 앞으로도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대미, 대남 평화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초청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현정은 회장과 합의한 금강산-개성 관광 활성화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 당국간 협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의 민주당 정권을 향해서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해결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이 6자회담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실제 상황과 다르다”면서 “과거와 같은 형식의 6자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새로운 의제와 형식의 협상이 제기되면 ‘변형된 6자회담’같은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극적 행보를 보면서 2000년 가을에 있었던 북.미 관계정상화 국면과 같은 일이 곧 가시화될 것임을 예상하기도 한다.

특히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조만간 성사될 경우 북한이 ‘본질적 전환’의 상징으로 제시된 비핵화 조치를 넘어 북.미수교와 관련된 ‘통큰 조치’를 미국에 던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상징적 변수로는 언제 보즈워스 특별대표나 다른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어떤 협상을 전개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들은 매우 신중하다. 한 고위 소식통은 “급박한 미.북간 대화가 이뤄진다거나 누가 올라간다거나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최근 북한이 보여주는 일련의 유화적인 제스처는 대부분 핵문제와 무관한 일들”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북핵 문제의 본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나와야 하는데 북한이 ‘주변적 조치’로 분위기만 바꾸려 한다는 것으로, 이런 전술에는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며 성급한 미국의 대북 접근, 신속한 남북관계의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자신들이 설정한 ‘전술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핵화와 관련된 본질적 조치를 과감하게 취하면서 미국에 접근해나갈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럴 경우 ‘과거 정부처럼 하지 않겠다’는 한국 과 미국간 공조전선이 흔들릴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냉정한 잣대로 큰틀에서 볼 때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과 전술은 큰 변수가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과거 경험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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