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대북에너지지원 기조 바꾸나

지난 달 말 북한이 불능화 중단을 공식 선언한 이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오던 정부의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달 26일 북한이 불능화 중단 사실을 공식 발표한 이후 상황 악화 방지 차원에서 과잉대응을 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밝혀왔다.

북한이 불능화한 시설의 원상복구에 착수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은 다음 날인 지난 4일만 해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여러 상상해서 오버리액트(과잉대응)하는 것은 상황관리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시 유 장관은 불능화의 상응조치 차원에서 해오던 대북 에너지.설비 지원에 대해서도 “더 상황을 봐가면서 해나가겠다”면서도 “현재로선 계획(10월말까지 지원 완료)대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9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영변 핵시설 복구에 착수했음을 공식 선언하고 당일 남북간의 경제.에너지 지원 관련 실무협의가 합의없이 끝난 이후 정부의 기류는 미묘하게 변했다.

당장 에너지.설비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좀 더 악화될 경우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1일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공장, 5MW원자로, 재처리시설 등 불능화 조치가 이뤄지던 3개 핵심 시설에 대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복구작업의 속도가 느리지만 가속화된다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플루토늄 생산으로 가는 길목이라 할 재처리시설의 복구 동향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처리 시설의 복구가 위험수준에 도달할 경우 불능화의 상응조치 차원에서 제공해 온 중유 및 에너지 설비.자재 지원도 부득불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미를 비롯한 회담 참가국들의 인식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9,10월 나눠서 배송하기로 계획을 짰던 6자 차원의 대북 설비.자재 잔여분(한국 몫)을 10월에 한꺼번에 주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등 상응조치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정부는 북한에 주기로 합의한 물량 중 미제공분인 자동용접강관 3천t을 9월말과 10월 중순 두차례 걸쳐 해로를 통해 배송키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미 생산된 1천500t은 오는 25일께 배송하고, 나머지 1천500t은 생산이 되는 대로 보낸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10월 중 전체 3천t 생산이 마무리되면 일괄적으로 보내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비록 이미 생산된 물량을 보내지 않고 보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북한이 19일 핵시설 원상복구를 공식화한 마당에 곧바로 설비.자재를 보내는 것은 ‘행동 대 행동’의 기조와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 일단 10월 배송 쪽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3천t 생산이 완료될 때 까지도 북핵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될 경우 정부가 설비.자재 잔여분을 배송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6자 차원의 합의 사항을 이행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지연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속에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지원의 속도는 불가피하게 조절해야하는 측면이 있지만 10월까지 불능화와 대북 에너지 지원을 함께 마치기로 한 합의를 지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불능화가 합의대로 완료되면 지원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도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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