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 6자회담 참가 6개국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회담의 최종 목표다. 한반도에서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핵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ㆍ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가 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그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은 무기로 전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은 물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HEU(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 등 북한의 전면적인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이 발전용 핵시설도 가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마저 제한하는 것은 ‘핵주권’침해라는 것이다. 이를 계속 거론한다면 남한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도 모두 선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에 한정된 개념이냐는 것이 논쟁거리로 떠올라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무기전용 핵프로그램은 한반도에서 북한만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에만 한정짓고 있는 반면, 북한은 남한에도 주한미군의 핵무기가 있다고 주장하며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동결 대 초기준비단계 = 동결과 초기준비단계(first steps)는 글자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의미다. 북핵폐기를 위한 첫 단계 조치로서 북한은 물론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은 동결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제네바 합의 당시 ‘동결’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북한이 일방 파기한 적이 있어 이 단어를 다시 꺼내기를 꺼려한다. 실패한 합의문에 나와있는 단어인데다 마치 동결이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목표(goal)처럼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핵폐기 단계에서 동결이 불가피하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초기준비단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영원히 머물러 있는 단계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북한에 각인시키자는 차원인 셈이다.
▲CVID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북핵문제 해결의 대전제로, 미국이 우리와 일본 등의 관련국의 지지를 얻어 사용해 온 용어다.
북한은 CVID가 북한을 완전 무장해제시키고 경제적으로 압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CVID는 패전국에만 강요하는 주장으로, 평화적인 핵계획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이 용어 사용을 말아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때문에 작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은 CVID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북핵폐기의 원칙을 바꾼 것은 전혀 아니다. 미국의 원칙은 ‘CVID’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차회담장에서 사용되지 않았지만 회담이 진행 중이던 작년 6월25일 리처드 바우처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CVID를 목표로 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우리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V’(검증)이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의 당사자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절 ‘폭정’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은 표현에 상당히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상호조율된 조치 = 말 그대로 북한이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하는 조치가 아니라 서로 합의한 상태에서 북핵폐기와 관련된 일련의 조치를 취해나간다는 말이다.
즉, 북핵폐기까지의 단계인 동결에서부터 중유제공 등 에너지 지원, 관계정상화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개념들이 상호 조율된 조치에 따라 취해지는 것이다.
한 쪽이 핵폐기나 보상을 완전히 먼저 해주는 게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주고받는 식으로 하게 된다.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행동을 요구하는 북한과 선(先)핵폐기 의사표명과 동결 착수 후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미국의 상충된 주장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자 용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