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언제 재가동 되나

정부의 한 소식통은 20일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골자로 한 비핵화 2단계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최근 북핵 외교가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정해진 시간표에 맞게 주요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달 초부터 11개의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 미국 핵 전문가팀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는 첫번째 조치를 끝내고 2~3개의 불능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에 제공할 중유 5만t의 10월 선적분을 맡은 미국이 곧 목표량을 모두 채우게 되며 11월분을 맡은 러시아의 중유 수송작업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유로 환산해 50만t에 달하는 에너지 설비 제공 작업도 최근 선양(瀋陽)에서 열린 남.북.중 3국 협의를 계기로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진척상황도 전체적으로 볼 때 궤도에서 이탈한 상황은 아니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아마 북한이 지금쯤은 신고서 작성을 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만든 신고서는 당초 계획 대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등을 열어 정식으로 보고하고 논의하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일정을 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이 신고서 작성을 마무리하면 빠르면 이번 주말이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이나 의장국인 중국 또는 불능화 작업을 주도하는 미국을 통해 전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고의 내역이 미국이 기대하고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동안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나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언급한 것을 보면 북한 측이 개략적으로 언급한 신고의 내용은 과거보다 ’상당한 수준 이상’ 진전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10.3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내역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문제다.

특히 미국은 추출된 플루토늄의 양과 함께 제2차 북핵위기의 발단이 된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에 대한 ‘증거를 토대로 한 분명한 해명’이 이뤄질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이 곧 제시할 신고의 내용이 기대에 충족할 경우 비핵화 2단계는 그야말로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시간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미국 현지시간으로 22일부터 시작)와 함께 연말로 향하면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각국내 사정 등으로 협상의 동력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6자 수석대표회담을 열자는 공감대는 유효하지만 일정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힐 차관보와 미 의회 중진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가 금년을 넘겨 내년 1월쯤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미 행정부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미 의회가 다시 개원하는 12월3일 이후에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된 의회통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미국내 사정이 이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도 서두를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자신의 의무와 미국이 이행할 조치를 ’병렬적으로’ 맞추면 된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전체 이행계획이 물리적으로 다소 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특정현안으로 인해 6자회담의 빠른 진전을 바라지 않는 일부 국가들의 사정까지 겹칠 경우 6자회담의 협상 동력이 연말로 갈수록 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6자 외교장관회담과 그에 이은 4자포럼의 출범도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10.3합의에는 6자 외교장관회담을 ’적절한 시기’에 베이징에서 열자고 만 돼있다.

이와 관련,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6자 외교장관 회담이 연내 개최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일정을 조율 중”이라면서 “꼭 12월에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개최 시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 소식통은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는 연말이 오기 전에 가급적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열어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내년 이후 핵폐기 이행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장국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북한을 독려할 수 있는 한국의 특별한 역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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