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산넘어 산’ 예고

북핵 6자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돼온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6자회담에 또다른 `암초’가 나타났다.

북핵 불능화 및 신고 다음 과정인 북핵 폐기단계의 대상을 놓고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가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5개월 동안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가 겨우 회담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가던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완전 해결하기까지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음이 예고되고 있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2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6자회담 관련 토론회에서 밝힌 3단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영변 핵원자로, 폐연료봉 재처리공장, 냉각탑 등 영변의 플루토늄 핵관련 시설만 해체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출한 핵물질이나 이를 통해 이미 확보했을 핵무기의 폐기 문제는 3단계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게 북한측 입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핵’은 폐기대상이 아니며 영변의 플루토늄 관련 시설만을 해체함으로써 더이상의 핵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 게 북한이 생각하는 북핵 3단계의 목표라는 말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언급해온 북핵 3단계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의 3단계는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지는 단계로 불능화된 영변 핵시설은 물론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무기, 핵물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한국은 이를 위해 구소련 핵무기 폐기 때 미국이 적용했던 `넌-누가 프로그램’처럼 북한의 폐연료봉과 핵물질, 핵무기 등을 대가를 지불하고 북한에서 구매하는 방안까지 구상해왔다.

뿐만아니라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3단계가 되면 북.미 관계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면서 열악한 북한 인권이나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거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핵문제에만 매달려 인권을 도외시한다는 불만을 달래왔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대로 `현재핵’과 `미래핵’만 동결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온 6자회담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북한 비핵화의 설계도 격인 9.19 공동성명과 3단계 이행에 대해 양측이 합의했으나 3단계의 내용에 대한 해석은 엇갈려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일정하게 예견돼 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아직 3단계의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으나 북한을 방문한 미국측 인사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드러낸 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핵물질 및 핵무기 이전.폐기 문제를 카드로 삼아 제공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경수로 조기 제공을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확약받거나 다른 반대급부를 받아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반면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담당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핵 3단계에 대한 나의 이해는 프리처드 소장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서 “3단계에서는 포괄적인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하게 폐기될 것”이라고 주장, 양측의 입장에 현격한 거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으로부터 1만8천여페이지의 북핵신고관련 보충자료를 넘겨받는 등 북한이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 6자회담 재개에 잔뜩 고무됐지만 3단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드러나면서 북핵 신고 국면 이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자신의 임기내에 북핵문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북한에 양보를 거듭해왔다고 미국내 강경파로부터 비판받아온 조지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는 북한이 이러한 입장을 고집할 경우 입지가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면 조만간 6자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북핵 신고서 검증방안과 3단계 이행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할 계획이다.

그간 6자회담이 숱한 난국과 파국 위기에도 불구하고 2단계까지 완료되어가는 시점이고 3단계 이행에도 합의했으나 정작 3단계의 내용을 만들어 실천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까지 가기에는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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