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5차1단계 회담 의제와 전망

제5차 6자회담이 9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되게 됨에 따라 이번 회담의 의제와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9월19일 제4차 2단계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와 원칙을 담은 역사적인 공동성명의 바탕 위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누가, 언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 지를 시계열적인 주고받기로 짜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지 3년만에 4차 회담을 통해 ‘말 대 말’ 합의로 한반도 비핵화의 출구를 확인한 만큼 이번에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이행방안을 조율하는 새로운 협상의 출발인 셈이다.

우선 4차 회담에서 약속한 개최 일정인 ‘11월 초’를 정확히 지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차 회담까지 오면서 여러가지 사정 탓에 개최일이 미뤄졌던 반면 약속한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단 회담을 전후한 정상외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28∼30일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회담 후에는 18∼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려 ‘정상 차원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후 주석의 방북이 5차회담 개막을 위한 분위기 만들기에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며 APEC 정상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대북 메시지가 나온다면 앞으로 북핵협상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5차 1단계 회담에서 6개국 모두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에 대한 기본 입장과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연구해서 APEC 정상회의 이후의 2단계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까.
그간의 사전협의 과정에서도 각측은 나름대로 원칙과 해법을 밝히기는 했으나 어느 곳도 이행방안 ‘문안’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6자회담과정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상세한 안을 제시하면서 회담의 기반을 조성해온 점에 비춰 이번에도 역시 우리측이 구체안을 내 밑그림으로 쓸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4차회담 재개와 공동성명 타결에 힘을 보탰던 우리 정부의 대북 송전계획인 ‘중대제안’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행방안과 관련, 일부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출발역과 종착역이 명시되고 ‘행동 대 행동’의 시퀀스가 포함된 전 과정의 로드맵을, 다른 국가에서는 서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 이행하는 단계별 이행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돼 공방이 예상된다.

이미 사전협의과정에 이행계획의 윤곽과 관련해 유사점이 찾아졌으나 이를 세부조치로 연결하는 작업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1일 “이행계획을 어떻게 만들 지에 대한 방향과 전체적인 윤곽에서는 북한을 포함한 각국이 상당히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다만 윤곽과 방향을 세부적인 조치로 연결시키는 데서는 앞으로 조율할 부분이 상당히 많으며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5차 1단계 회담은 각측이 그간 준비해온 구상을 내놓고 서로 입장을 탐색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이행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합의 시도는 2단계 회담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행방안의 세부내용은 앞선 회담을 돌이켜 볼 때 짐작이 가능해 보인다.

우선 북한이 취해야 할 행동으로는 먼저 포기대상으로 합의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공개하는 조치와 그에 이어 핵시설 동결, 검증을 동반한 폐기와 사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 복귀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5개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 에너지 제공, 그리고 대북 송전,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 등 상응조치가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북측 요구사항은 양자문제라는 점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제는 구체적 실천사항을 정하고 이를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이행시기를 맞추는 작업이 무척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존재 유무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가 포기 대상 핵시설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우선 제공 또는 무조건적인 핵무기 및 핵시설 전면 공개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 나올 경우 회담 분위기가 크게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 “적절한 시기”에 대한 북미간 공방이 치열했던 만큼 회담 개막후 이 문제가 다시 쟁점화할 경우 회담 진전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회담 기간과 관련, 일단 6개국 수석대표 모두 18∼19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사전준비해야 하는 실무자라는 점에서 개막일이 포함된 주(週)에 종료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회담은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휴회후 재개’하는 형식으로 단계별로 나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2단계회담은 12월에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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