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5차 6자회담 의제와 전망

제5차 6자회담이 9일 베이징(北京)에서 그 막을 올리고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해법을 ‘행동’으로 실천할 이행방안 마련에 들어간다.

이번 회담은 제4차 6자회담의 ‘말 대 말’ 합의인 ‘9.19 북핵 공동성명’을 구체화하기 위해 비핵화를 누가, 언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 지 짜맞추는데 그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의 출구를 확인하는 선언이었다면 이번에는 출구로 가기위해 서로 어떤 조치를 주고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인 셈이다.

그러나 ‘주고받기’ 게임에서 자국의 이익은 상대의 손실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6개국간의 이해득실 셈법이 다를 수 밖에 없어 공동성명 이행방안 합의는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때문에 회담 전망은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우선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약속한 개최일정이 지켜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차 회담에서 ‘11월 초’를 합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9일 개막하게 된 것은 서로간에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회담 개막에 앞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28∼30일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4년만에 방북한 후 주석이 북핵 문제 해결에 김 위원장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또 이번 회담 후인 18∼19일로 예정된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도 향후 북핵해결 과정에 어느 정도 동력을 실어줄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APEC 행사를 계기로 16일 한중, 17일 한미, 19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비중있게 논의될 것이고, 또 이와는 별도로 APEC 정상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거나 그 이상의 대북 메시지가 나온다면 향후 북핵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상차원의’ 북핵해법이 도출된다면 우리나라를 매개로 한 북미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9.19 공동성명’ 채택후 거론됐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이 APEC 정상회의 이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5차회담을 앞두고 1단계 회담에서 6개국 모두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에 대한 기본입장과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연구해서 APEC 정상회의 이후의 2단계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경수로 제공시점과 북한의 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 공방 등 핵심쟁점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미 양국 모두 이번 회담에서는 원하는 ‘최대치’를 내놓고 차기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까.

6개국은 그간의 사전협의 과정에서 나름대로 원칙과 해법을 밝히기는 했으나 어느 곳도 이행방안 ‘문안’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담 개막후의 개막식과 기조연설에서도 이행방안의 원칙만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그동안 6자회담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상세한 안을 제시하면서 회담의 기반을 조성해온 우리측이 구체안을 내 밑그림으로 쓰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행방안과 관련, 일부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출발역과 종착역이 명시되고 ‘행동 대 행동’의 시퀀스가 포함된 포괄적인 단일 로드맵을, 다른 국가에서는 핵폐기와 상응조치, 북미 또는 북일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의 주제별로 나눈 ‘멀티 트랙’ 형태의 접근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여 공방이 예상된다.

이미 사전협의 과정에 이행계획의 윤곽과 관련해 유사점이 찾아졌으나 이를 세부 조치로 연결하는 작업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행방안의 세부내용은 앞선 회담을 돌이켜 볼 때 짐작이 가능하다.

우선 북한이 취해야 할 행동으로는 먼저 포기대상으로 합의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공개하는 조치와 그에 이어 핵시설 동결, 검증을 동반한 폐기와 사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복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다른 5개국의 대북 에너지 제공, 그리고 대북 송전,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 등 상응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은 핵폐기와 상응조치, 그리고 거기에 조응해 북미수교를 종착역으로 하는 관계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문제가 해결돼야 외교관계 수립을 완결점으로 하는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대사가 3일 워싱턴 소재 케이토(CATO) 연구소 초청연설에서 북한의 공동성명 이행조치에 따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로 “에너지와 경제 지원, 핵 과학자.기술자 등의 전환훈련, 테러리즘 지원 국가 명단 삭제, 잔존한 제재 해제 등”이라고 열거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디트러니 대사는 이어 북미관계정상화 논의 때는 “북한 인권, 탄도탄 미사일, (위폐, 마약 등)불법행동, 생.화학무기 등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해 그 한계를 분명히 밝혔다.

이외에 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와 경수로 제공시점 논란 등도 예상가능한 장애물로 꼽힌다.

특히 그간 잠복해 있던 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대로 이를 신고대상에서 제외할 것이고 이에 대해 미국은 자진해서 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를 시인하라고 요구해온 만큼 북한의 그 같은 조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수로 제공시점 논란도 큰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북미 양국은 이미 공동성명 채택 다음 날부터 경수로 제공시점과 관련해 날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적절한 시기’와 관련, 미국은 핵폐기가 완전하게 이뤄진 다음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을 주장한 바 있다.

회담 기간과 관련, 일단 6개국 수석대표 모두 18∼19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 정상회의를 사전준비해야 하는 실무자라는 점에서 개막일이 포함된 주(週) 에 종료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APEC 정상회의 후 2단계회담 재개 시점은 12월로 점쳐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6개국 모두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관련해 입장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기조연설에서 원칙만을 말하고 상대국의 입장을 탐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양자협의장에서 밝힐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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