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단계 4차 6자회담 쟁점과 전망

제4차 6자회담이 지난 달 7일 휴회한 지 37일만인 13일 재개된다.

이번 속개회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이견이 좁혀진 상태에서 시작된다. ‘북핵폐기 범위와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 라는 ‘패키지’로 그 핵심 쟁점이 좁혀졌고 그 만큼 논의해야 할 사안도 분명해 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섞인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쟁점이 분명해 진 만큼 북미간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합의 도출이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 북핵폐기 범위와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 = 1단계 4차회담 4차 초안 1조2항에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6자회담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최대 현안이다.

우선 북한에 대한 평화적 핵이용 권리 부여 여부에 대한 북미간 입장이 팽팽하게 마주보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그와 관련된 핵시설은 모두 폐기할 수 있지만 주권국가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민수용 핵이용 권리 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평화적인 핵 이용 권리도 북한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과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는 등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내세워 이를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이용한 명확한 사례가 있는 만큼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말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이 그러한 권리를 악용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제반사항을 준수해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한다면 북한의 권리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절충점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북한이 과거 전력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제시한 의무규정을 지키게 한 뒤 그에 상응하는 권리도 줄 수 있다는 원칙론적인 대안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완강한 입장을 보여온 미국의 입장에 일정부분 변화가 감지된다.

미측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달 23일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소 완화된 듯한 발언을 한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우리측 당국자도 “그 전제조건이 뭐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전체적인 진실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토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의 입장이 유연해 진 것은 ‘진실의 일부’”라고 지적, 이를 일정부분 시인했다.

결국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미국도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핵개발 계획폐기 ▲NPT복귀 ▲국제사회 신뢰회복 등 3가지에 합의했다는 요미우리 신문의 최근 보도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다른 한 기둥인 북핵폐기 범위와도 연관되어 있어 그 것만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주장대로 현재 폐기돼야 할 대상이 ‘모든’ 핵 및 관련 시설이라면 북한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인 민수용 핵시설도 완전폐기돼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그렇다면 현재의 폐기 대상에서 그같은 시설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현재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조건부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부여받음으로써 미래를 보장받는 식의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 경수로 제공 주장 어떻게 될까 =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핵폐기 범위를 논의하면서 대두된 사항이 바로 경수로다.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내세우면서 경수로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미국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우리 역시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비록 최근에 약간의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기는 하지만 미국은 북한 내에서 평화적이든 아니든 원자력 발전시설을 하나도 남겨둬서는 안된다는 장을 견지해왔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할 의무를 준수한 이후의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포 경수로를 대체하기 위해 ‘중대제안’을 던진 만큼 모든 핵시설을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경수로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가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평화적 핵권리를 말하는 것인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신포 경수로를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제3의 경수로를 요구하는 것인 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원칙적인 권리에 대한 언급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게 본심인지는 이번 회담에서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원칙적인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번 회담에서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신포 경수로나 또 다른 형태의 경수로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꼬일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최근 핵폐기에 대한 보상 에너지로 ‘핵에너지’를 요구함으로써 평화적 핵 이용권 주장에 안전판이 될 수 있는 날개를 하나 더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변수는 더 늘어난 셈이 됐다.

이는 전력송전계획인 우리의 ‘중대제안’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중대제안이 그대로 갈 것인 지, 일정 부분 수정될 것인 지, 아니면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인 지 결정될 전망이다.

◇ EU(농축우라늄) 문제는 어떻게 되나 =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핵폐기 범위라는 큰 쟁점으로 인해 다소 가려진 듯하지만 EU 문제 역시 난제다.

EU 핵프로그램 자체가 없다는 북한과 이를 믿지 않는 미국 및 한국의 입장은 지난 1단계 회담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우리측 당국자는 “진실은 반드시 공방을 통해 파헤쳐야 해법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끊임없이 창의력을 동원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색되고 있는 해법 가운데는 여차하면 EU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EU와 관련, 북미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입증의 책임이 있지만 상대방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모든 핵’으로 묶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핵폐기 범위가 합의된다면 이 문제 역시 자연스레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리 당국자들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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