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헷갈리면 안된다…6자 수석대표회담 깔끔 정리

지난 3월22일 이래 장기 ‘휴회’(?) 중이던 베이징 6차 6자회담의 속개를 위하여 동분서주(東奔西走)하던 참가국들이 18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담’이라는 막간극을 벌였다.

당초 이틀로 예정했던 회담이 사흘 동안 계속되었지만 결과는 역시 신통치 않았다. 이번의 막간극은 말썽 많던 마카오 소재 BDA은행의 동결된 북한 계좌 예치금 2천5백만 달러의 대북 송금 문제가 드디어 마무리되고 이어서 한국이 제공한 중유 5만톤의 1차 선적분이 북한 선봉항에 도착하는 것과 때를 맞추어 북한이 영변 소재 5개 핵시설을 ‘폐쇄•봉인’하는 한편 ‘폐쇄•봉인’된 핵 시설의 ‘감시’와 ‘검증’을 위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북한 방문을 허용함으로써 성사된 것이었다.

미국과 한국은 이번의 ‘수석대표 회담’의 의미를 과대포장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수석대표 회담’의 개최를 가리켜 ‘부시 외교의 승리’라고까지 분 칠을 하여 미화(美化)했었다. 미국과 한국은 이번 ‘수석대표 회담’에서 ‘2.13 합의’의 ‘다음 단계’ 조치사항 일정을 마련한다고 수선을 떨기도 했다. ‘휴회’중의 6차 6자회담 속개 날짜와 6개 참가국 ‘외무장관 회담’ 날짜를 정할 뿐 아니라 북한에 의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 일정,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될 다른 5개국에 의한 ‘95만톤의 중유에 상당하는 추가적 경제•인도•에너지 지원’ 및 미국•일본에 의한 정치•외교 상의 보상조치를 구체화하는 일정들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한미, 북한관 안이하다

그러나 20일 ‘수석대표 회담’은 이들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아무런 합의도 생산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들은 다만 “휴회중인 6차 회담을 9월 초에 속개하고 이에 이어서 6개 참가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회담 주최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통해 ‘발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발표’는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왜냐 하면, ‘9월 초’로 ‘발표’된 6차 회담의 ‘속개’가 과연 ‘발표’된 대로 이루어질 것이냐의 여부는 물론 이를 이을 ‘6개국 외무장관 회담’ 성사 여부는 그에 앞서 8월 중에 있게 될 분야별 5개 ‘실무그룹’에서 현안 문제들이 타결될 것이냐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5개 ‘실무그룹’은 ①한반도(북측 표현은 조선반도) 비핵화, ②미-북 관계정상화, ③일-북 관계정상화, ④경제•에너지 협력, ⑤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등이다.

그런데, 이제 이 ‘실무그룹’들에서 다루어질 ‘현안 문제’들은 전혀 전도(前途)를 예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난제(難題)’들이다. 그 가운데 미국이 우선 강조하고 있는 두 개의 현안이 있다. ①북한에 의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②’현존하는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 이행이 그것들이다. 이 두 가지 현안에 대하여 한•미 양국은 다 같이 상당한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낙관론이야말로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한국의 노무현 정권이 과연 얼마나 무책임할 정도로 안이한 북한관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천영우 한국측 수석대표는 “북한이 불능화 단계까지의 시한을 설정하자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면서 “다음 단계의 시한과 이정표를 설정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을 북한이 충분히 이해하고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천 수석대표의 말이야말로 그의 북한관이 얼마나 안이한 것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북한이 불능화 단계까지 시한을 설정하자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는 천 대표의 말에는 위험천만한 거두절미(去頭截尾)가 담겨 있다. 북한이 그러한 입장 표명은 외부세계와의 협상 때마다 북한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협상기법의 하나에 불과하다. 북한의 그 같은 ‘양보적 입장’은 항상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실행하겠다는 핵 시설 ‘불능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당연히 ‘조건부’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불능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내거는 ‘조건’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우선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불능화’의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2.13 합의’에 의하면 ‘불능화’의 ‘대상’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 시설”로 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에 언급된 ‘모든’이라는 표현의 범주에 포함되는 ‘현존하는 핵 시설’이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은 문제의 ‘모든 현존하는 핵 시설’의 범주에 크게 나누어 세 가지를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①이번에 ‘폐쇄•봉인’되는 5개의 영변 소재 핵 시설에 추가하여 ②고농축 우라늄 및 우라늄 고농축 시설과 ③북한이 영변의 핵 시설을 이용하여 이미 추출한 무기급 풀루토늄 및 이를 이용하여 제조•생산해 놓은 핵무기, 그리고 그 제조•생산 시설 등이다. 그리고, ‘2.13 합의’에 의거하여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이미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하여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문제는 ‘모든’의 범주에 구체적으로 어떤 ‘핵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것이 된다.

북 “핵무기는 ‘핵군축 회담’으로” 주장

이 ‘모든’의 범주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금의 시점에서도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 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이 미국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2.13 합의’의 타결 과정과 그 이후 북한이 보여 주고 있는 입장은 우선 이 ‘모든’의 범주에는 영변에 있는 ‘핵 시설’과 ‘핵 프로그램’만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으로 들어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이 ‘모든’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신고’와 ‘불능화’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에서는 ‘2.13 합의’의 ‘모든’이라는 표현의 범주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북한에 의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6자회담은 다시 교착되고 북핵 문제의 해결은 다시 천연(遷延)이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 북한의 회담 전략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은 이 같은 교착상황을 타개하는 대가로 새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할 것이고 미국과 한국은 회담의 교착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해 북한의 이 같은 추가적 요구조건을 수용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미 추출해 놓은 무기급 플루토늄’과 이를 이용하여 ‘이미 제조해 놓은 핵무기’ 문제를 6자회담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북한이 받아 들일 가능성은 더구나 희박하다. 북한이 실제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해 냈고 또 핵무기를 제조하여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그 자체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 미지수다. 그러나, 북한이 스스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이 허위인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북한이 이미 제조하여 보유 중일지 모르는 핵무기를 해체하는 문제는 6자회담에서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전혀 다른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가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 되어 있는 이상 북한의 핵무기만을 가지고 이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6자회담과는 별개의 국제적 ‘핵군축 회담’을 열거나 아니면 6자회담의 성격을 ‘핵군축 회담’으로 전환시키고 거기서 다른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무기와 함께 ‘핵군축’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북한의 기 보유 핵무기를 포기하는 문제는 미국•러시아와 중국•영국•프랑스•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무기를 처리하는 국제적 전략무기 감축협상의 틀 속에 편입시켜서 논의하자는 것으로 바꿔서 말한다면 ‘핵무기 보유국’ 지위에 대한 인정을 획득하고 그 같은 지위를 무기한 유지하겠다는 것이 된다.

바로 이 같은 북한의 주장 때문에 금년 초 ‘2.13 합의’에서는 재작년의 ‘9.19 공동성명’ 때와 달리 ‘핵무기’에 대한 언급 자체가 누락되었다. 북한의 완강한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꺾는데 실패한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이, ’2.13 합의’를 타결시켜야 하겠다는 필요에 쫓긴 나머지, “‘모든’이라는 표현의 범주에는 ‘핵무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겠다는 생각으로 ‘핵무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생략하는 편법을 수용했었다. 그러나,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만의 이 같은 ‘해석’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우선 보유 핵무기를 ‘2.13 합의’에 의거한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전후 경위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북한의 기 보유 핵무기 해체 문제를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과연 다룰 수 있을 것이냐의 여부가 불명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이 문제”

이러한 ‘난제’들이 어찌어찌 해결되어서 가령 6자회담이 드디어 문제의 ‘신고’ 문제와 ‘불능화’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가상하는 경우에도 6자회담의 앞길에는 여전히 중첩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행동 대 행동’이라는 ‘북한판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북한이 어떠한 ‘대가’의 지불을 요구할 것이냐는 것이 난관 중의 하나다. 북한 외무성은 5일 영변 핵 시설의 가동 중단을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가 할 바를 다 한 조건에서 이제 우리의 2’단계 불능화 조치는 다른 5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각자 자기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는가에 달려 있다”는 꼬리 표를 달았다. ‘신고’와 ‘불능화’가 ‘공짜’가 아닐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애매모호성(曖昧模糊性)’의 원칙을 견지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시비를 제기했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 철회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대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가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철회로 해소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북한은 아직 입 속에 담은 채 뱉어 내지 않고 있는 더 많은 요구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테러지원국과 적성국 교역법 문제에 관한 요구는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사실은, 테러지원국과 적성국 교역법 문제에 관한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먼저 수용해야 ‘신고’와 ‘불능화’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2.13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2.13 합의’에 의하면 북한의 ‘의무’ 사항인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는 ‘다음 단계’ 기간 중에 ‘완결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미국의 ‘약속’ 사항인 테러지원국과 적성국 교역법 문제는 ‘다음 단계’ 기간 중에 ‘과정’을 ‘개시’하면 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출되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분명하다. 이미 이루어진 합의에 구애됨이 없이 매 단계마다 대가성 요구조건을 제시하여 한편으로는 상대편의 양보를 강요하여 실리를 최대한 챙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문제 해결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난제’들이 8월 중에 있을 5개 ‘실무그룹’ 회의에서 6개국 대표들을 기다리고 있다. 5개 ‘실무그룹’이 회의를 시작하면 북한이 제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난제’들은 그 밖에도 또 있다. 우선 예상되는 것은 경수로 제공의 우선 약속과 함께 BDA의 동결되었던 북한 자금의 해제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시행하고 있는 대북 금융 및 경제제재의 전반적 해제 요구다. 뿐만 아니라, 특히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는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북측 표현으로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감추어진 함정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과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가지고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을 의미한다는 것을 부시 행정부와 노무현 정권은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와 ‘비핵지대화’는 정반대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용어들이다. ‘비핵화’는 비핵보유국이 핵을 갖지 아니 하는 것인 반면 ‘비핵지대화’는 핵보유국이 특정 지역에서 핵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곧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 다루기에 앞서서 ‘미국의 핵’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임을 1992년 남북한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합의 과정과 그에 이은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 운영 과정이 증언해 준다. ‘북한의 핵’을 다루기에 앞서서 “북한의 핵개발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미국의 대 한반도 핵전략”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에 열렸던 ‘수석대표 회담’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것을 말해 준다. “내년으로 끝나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북핵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하겠다”는 힐 차관보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9월 초’로 합의된 6차 6자회담의 속개는 합의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표류(漂流)를 더 계속할 전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 현혹하면 안돼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무현 정권의 안간힘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6자회담에서 있지도 않는 진전을 마치 있는 것처럼 조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이를 12월의 대통령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의 움직임은 비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설득하여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이 참가하는 4개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이를 대선 전략에 이용하려 하는데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의 동향은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의 다음 수순인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에 관하여 북한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계(苦肉之計)로 이러저러한 ‘사탕무’를 북한은 눈앞에 흔들어 보이는 유인책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운운 발언이라던가, ‘북한이 핵포기하면 대규모 대북 원조를 고려하겠다”는 미 국무부의 입장 표명,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의 북한과의 ‘평화체제’ 논의와 ‘대북 인도지원’ 고려 용의 언급,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는 미국 언론의 논조 같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를 가리켜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측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국민들이 믿도록 유도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혹시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로 인하여 외톨이가 되어 ‘왕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패배감에 사로잡힌 한나라당의 일각에서는 엉뚱하게도 보수•우익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짓밟으면서 그들이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매도해 마지 않았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유화정책을 염치 불고하고 표절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신대북정책’을 들고 나오는 난기류가 형성되는 데 이르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6자회담의 허상에 의하여 국민들이 더 이상 현혹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된다.

이동복/ 전 국회의원(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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