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없는 동북아공동체는 현실도피”

“북핵 문제를 빼놓고 동북아 평화공동체 건설을 논하는 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합니다”

19일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된 ‘2007 평화와 문명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중국의 한반도전문가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동북아 평화 공동체 건설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는 ‘평화’ 공동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이라는 실질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한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북아의 독자적인 공동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중국 역시 평화 공동체 건설을 논하기에 앞서 현재의 불안정한 평화상태를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쏟아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

스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통합모델로 EU를 거론하는 학자들이 많지만 EU의 통합에는 적어도 북한 같은 안보위협요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한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EU 모델의 적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채찍이 사라진 외교정책이 북핵문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당근을 줬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채찍을 가했습니다. 당근과 채찍이 균형을 이룬 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중국, 미국, 심지어 일본도 당근만 퍼주고 있습니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채찍이 빠진 햇볕정책은 무조건 실패(No Way)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 교수는 “북핵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이 당근과 채찍의 균형을 맞춰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공동체 건설의 장기적 걸림돌로 지나친 민족주의를 들었다. 동북아 각 국에 팽배한 민족주의가 중ㆍ일간 주도권 다툼을 낳고 한ㆍ중, 한ㆍ일 간 역사 갈등을 빚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

그는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이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대규모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민족주의적 갈등이 양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기는 형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정임을 전제하고 “만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이 민족감정상 일본측에 설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중국 편을 들 것 같지도 않고… 중간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ㆍ중간 역사 갈등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반도 고대 역사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게 된 동기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과 이에 따른 민족주의적 열망이 높아짐에 따라 영토 회복 혹은 확장을 요구하는 한국 내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중국의 방어적 역사관이 한국에는 적대적 민족주의로 비칠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 문제는 양국의 최고위급이 직접 나서서 신중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동북아 평화 공동체 건설을 위해 한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 6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햇볕정책의 수정’, 두번째는 ‘국내 정치의 안정’이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정치적ㆍ이념적 갈등을 정확히 언급하며 국내정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대외적으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는 각각 중국, 일본, 미국과의 관계를 꼽았다. 중국과 경제적 갈등을 줄이고 일본과는 정치ㆍ역사적 갈등을 해소해야 하며,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주변국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여섯번째는 IT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었다.

스 교수는 “동북아 평화 공동체를 이루는데 북한이 트러블메이커라면 남한은 중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라며 “기술 우위에 바탕을 둔 한국의 위치가 무너진다면 동북아 공동체 건설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 교수는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중국 내 동아시아 안보 및 대미 외교 전문가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