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연쇄 회동하고 성 김 미 대북협상 특사가 북한과의 회동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등 한동안 잠잠하던 북핵 외교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따라서 지난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동이 열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북핵 검증체계 구축 협상에 탄력이 붙을 지 주목된다
한.미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5일 뉴욕에서 회동하고 조속한 검증체계 구축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는 법적 시한인 11일이 지났음에도 미국이 검증체제 미비를 이유로 해제를 미루면서 자칫 북핵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결국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지만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8월11일이 지났으니 전체적으로 상황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 수석대표 회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힐 차관보와의 협의를 마친 뒤 도쿄로 건너가 19일에는 일본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날 예정이다.
한.일은 이 자리에서 지난 11∼12일 열린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를 평가하고 북.일 간에 올 가을까지 납치자문제 재조사를 완료하기로 한만큼 오는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대북 에너지지원에 일본이 동참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중등교과서 해설서 문제가 불거진 뒤 열리는 첫 한.일 외교 고위당국자 간 만남이라는 의미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지만 중요한 비핵화에 영향이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성 김 미 대북특사의 방중도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성 김 특사가 방중기간 북한의 카운터파트인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과 회동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수석대표회의에서 북한에 검증 이행계획서 초안이 건네진 지 한 달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북한으로부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테러지원국 해제조치가 발효되지 않은 채 8월11일이 지났지만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험악한 소리를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내에서 핵검증 체계 협상도 핵신고 협상과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을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검증과 분리, 먼저 실시하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UEP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이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