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권교체> 북핵 ‘역학구도’ 변화 가능성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총선의 결과는 장기적으로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 핵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는 자민당과 달리 북한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넓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민주당 수뇌부는 과거와 달라질 대북 접근 태도를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지난 23일 후지TV 주최로 열린 여야대표 토론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제재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성급하게 대북 유화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는 하토야마 대표가 같은 자리에서 “그러나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우리로서도 강력한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문제에서 극적인 국면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경우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와 호흡을 같이할 경우 일본은 새로운 대화국면에서 과거와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은 자민당이 스스로 걸어놓은 족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자민당은 북한에 납치된 자국민 문제 해결에 너무 많은 외교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바람에 스스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대북 영향력을 제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모습은 특히 6자회담에서 두드러졌다. 비핵화와 관련된 2.13합의 등 주요 진전이 도출될 때마다 일본은 선(先) 납치자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결국 일본은 북한의 불능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로 보수에서 진보로의 일본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북핵 문제에도 일본의 역할이 확대될 공간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정권 출범이후 북한과 일본이 2000년에 보여줬던 급속한 관계정상화 행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30일 “2000년 가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평양과 워싱턴 교차 방문이 성사되기 직전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등 전격적인 관계정상화 이벤트가 연출된 적이 있었다”면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일본 민주당 정권이 ‘북한 카드’를 적극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내에 살고 있는 일본인 납치자 송환이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할 경우 민주당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한 평화공세 흐름을 대(對) 일본으로까지 확산시킬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데 그만큼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6자회담 틀내에서의 북.미 양자대화가 가시화될 경우 이와 병행해 북.일 양자협의도 실현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미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운영하게 돼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까운 시일내 북일 관계, 나아가 북핵 문제에서 일본의 적극적 행보가 가시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당장 경제살리기와 자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은 내치에 전념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민주당내 계파상황이 복잡하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중요현안’인 북한 문제에 있어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현 상황에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일단 미.일동맹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 움직임에 가세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