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에너지회의 첫날 뭘 논의했나

판문점에서 7일 개막한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실무그룹회의에서는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등 2.13합의 2단계 조치 이행에 따라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해야 할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첫날 회의에서 특별한 신경전 없이 시종 진지한 자세로 협의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회의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밝힌 뒤 오후에 활발한 양자협의를 갖고 각자가 준비해 온 `카드’를 제시하며 `북한이 받고자 하는 지원 품목과 각국이 제공할 수 있는 품목’을 맞추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특히 북한은 받고싶은 품목을 ▲중유를 비롯한 `소비형’ 지원과 ▲에너지 생산설비 건설 및 발전소 개보수 등 `투자형’ 지원으로 세분화해 제시했다고 임성남 북핵외교기획단장이 전했다.

북한의 중유 저장시설이 월 5만t에 불과해 `연내 불능화’에 맞춰 상응조치가 제 때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유 지원만으로는 불가능해 북측이 투자형 지원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북한의 이행상황이 연말까지 순조롭다는 것을 전제로, 북한이 이달부터 `소비형’으로 중유를 받을 경우 연말까지 받을 수 있는 양은 25만t이며 나머지 70만t에 상응하는 부분이 에너지 생산설비 등 `투자형’으로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협상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경수로 지원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임 단장은 첫날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북측은 경제전문 관료 3명을 대표단에 포함시켜 매우 전문적 자세로 토의에 임했으며 (회담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참가국들도 에너지 지원 및 발전소 개보수, 의료지원 등 각국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이달 중순부터 중유 5만t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수석대표인 천나이칭 외교부 한반도담당대사는 오늘 회의에 참석하기 전 북한을 경유해서 서울로 왔다”면서 “평양에서 이미 북측과 상당히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북.일관계 진전이 이뤄진 뒤에야 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한국이 지난달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제안한 `중유 상품권 제도’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유 상품권 제도는 `핵시설 연내 불능화’ 목표를 달성하는데 상응조치 제공이 장애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북한이 특정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서면 약속하는 방식이다.

참가국들은 8일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심도있는 토의를 통해 `각국별 대북 지원품목과 지원 순서’ 등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아주 실무적인 자세로 회의에 임했기 때문에 오늘 협의 내용이 생산적이었다는 점에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면서 “내일 보다 구체적인 각국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가국들이 내일까지 이어지는 회의에서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회의 결과를 담은 별도의 공식 문서는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상응조치에 합의하더라도 다음 주 있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측이 이행해야하는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로드맵’을 만든 뒤 이를 조합해야 하기 때문으로, 이행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지원 방안을 담은 합의문은 빠르면 9월 초 6자회담 본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시설 폐쇄 등 초기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 5만t을 제공한 경과를 설명했고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은 한국이 적기에 중유를 제공한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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