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에너지실무회의 첫날 뭘 논의했나

판문점에서 7일 개막한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실무그룹회의에서는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등 2.13합의 2단계 조치 이행에 따라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해야 할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의장국인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재로 이날 오전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는 각국이 이번 회의에 임하는 개괄적 입장을 밝히는데 대부분 시간이 할애된 것으로 알려졌다.

탐색전 단계로 아직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회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회의 분위기는 아주 실무적이고 우호적이었다”면서 “대표단마다 편차는 있지만 회의에 임할 준비를 잘 해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대표단에 에너지 문제를 다룰 실무 전문관료가 포함돼 있음을 강조하면서 2단계 에너지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김명길 주 유엔대표부 정부공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에는 경제 전문관료가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예산관리국(OMB) 소속 관료가 이번 실무회의 대표단에 포함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북 에너지 지원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회담 소식통이 말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참가국들은 이날 오후부터 각각 양자협의를 갖고 ‘북한이 원하는 품목’과 ‘다른나라들이 줄 수 있는 품목’을 본격적으로 맞춰보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양자협의에서 지난달 6자 수석대표회담 등에서 중유 외에 상응조치로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는 중유 저장시설 확충, 발전소 정비 등에 대해 보다 구체화된 ‘견적서’를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한국이 제안한 ‘중유 상품권 제도’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힐 지도 주목된다. 중유 상품권 제도는 ‘핵시설 연내 불능화’ 목표를 달성하는데 상응조치 제공이 장애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북한이 특정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서면 약속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제안됐다.

아직까지 특별한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은 채 좋은 분위기속에서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대대로 이번 회의에서 각국별 대북지원 품목과 대략적인 지원 순서가 도출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회담 결과를 예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설혹 참가국들이 내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에서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회의 결과를 담은 별도의 공식 문서는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상응조치에 합의하더라도 다음 주 있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측이 이행해야하는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로드맵’을 만든 뒤 이를 조합해야 하기 때문으로, 이행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지원 방안을 담은 합의문은 빠르면 9월 초 6자회담 본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시설 폐쇄 등 초기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 5만t을 제공한 경과를 설명했고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은 한국이 적기에 중유를 제공한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