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안보리 회부 놓고 관련국 시각차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주장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북ㆍ중과 미ㆍ일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원론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미ㆍ일 양국의 고위관리 입을 통해 안보리 회부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북한은 그 것은 선전포고라고 거세게 반발했으며,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중국이 안보리 제재는 6자회담 파괴행위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왕광야(王光亞) 주유엔 중국대사는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6자회담을 파기시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다른 수단’도 검토될 수 있다는 미 행정부에 입장에 대한 첫 반응으로, 중국 정부가 공식으로 안보리 회부에 부정적인 의지를 비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또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 이후 북-중 간에 6자회담 재개를 놓고 긴밀한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중국측의 불만 표출로도 해석된다.

앞서 지난 2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필요하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내거나 다른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고, 사흘 뒤인 25일 북한 외무성은 “안보리로 끌고 가고 싶으면 가보라”며 “우리는 제재를 곧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사실 북한의 영변 5㎿ 원자로가 최근 가동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과 일본 의 강경세력을 중심으로 안보리 회부에 이은, 대북 제재론이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의 경우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다.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준비 징후를 포착하고 중국에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도록 요청했다는 지난 22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보도에 대해 한ㆍ미 양국 정부가 ‘그렇게 판단할 징후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 로이터통신은 25일 미국의 핵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이 전(前) 이라크서베이그룹(ISG) 단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6월15일까지 핵무기를 실험할 것으로 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차 6자회담 개최 이후 1년이 되는 6월이 다가오면서 이제는 대화가 아닌 압박 및 제재로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세력의 주장이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6일자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일본을 방문하면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북한이 6자회담 개최를 계속 거부할 경우를 가정해 유엔 안보리로 옮길 지 여부의 검토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미ㆍ일 양국이 정부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회부를 논의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와는 입장차가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종전에 비해 다소 강경한 기조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초점에 맞춘 것일 뿐, 지금은 안보리 회부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판단이 서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 때 ‘다른 방법’이라고 하면 무슨 제재나 압력으로 자동 연결시켜서는 안되며 외교적인 방법으로도 다른 게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압박을 해서라도 북한을 6자회담 장으로 복귀시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은 고비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지난 25일 힐 차관보를 면담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힐 차관보가 중국에 이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28일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뭔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통한 북한의 진의 파악과 함께 미ㆍ일 공동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북핵 실무사령탑 격인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26일 워싱턴으로 향했으며, 28일 힐 차관보가 다시 한국을 방문해 30일까지 머물 예정이어서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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