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시간관리’ 돌입..북 추가조치 가능성

“미국 대선 전까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변수가 될 것이다.”

북.미간 검증 협상이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코앞으로 다가온 29일 외교소식통은 ’10월 기상도’를 이렇게 전망했다.

양측의 현재 태도를 감안할 때 힐 차관보가 방북하더라도 북측의 결단이 없이는 극적인 국면전환이 쉽지 않는 만큼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11월4일 대선까지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대략 10월1일을 전후해 방북할 경우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예고한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힐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함에 따라 일단 북한의 행동을 최소 며칠간 유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4일 일주일 후쯤 영변 재처리시설에 핵물질을 주입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한 바 있다.

힐 차관보는 방북시 카운터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에게 지난달 22일 뉴욕에서 북측에 전달한 미국의 ‘수정 검증방안’에 대한 북한측의 입장을 전해듣고 현장에서 추가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의 검증 초안은 힐 차관보를 비롯한 국무부내 협상파가 아닌 비확산 문제를 담당하는 쪽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초안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있는 ‘모든 지점과 시설, 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엔 군사시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토대로 한 이 초안은 상당한 수정을 거쳐 완화됐으며 그 내용이 이미 북한에 전달됐다.

하지만 일부 내용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핵심항목인 ‘시료채취’와 ‘미신고시설 조사’에 대한 원칙적인 내용은 그대로 유지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단호하게 거부입장을 밝히고 핵시설 재가동 위협으로 맞서게 된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는 방북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체계 마련에 우선 주력하고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등 다른 검증은 ‘계속 협의’ 또는 ‘별도의 비공개 검증안’을 통해 처리하는 분리 접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이런 우회방안을 수용할 경우 북.미간 절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힐의 방북이 성과를 거두면 북한은 조만간 의장국 중국에 검증계획서를 제출하고 미국은 즉각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잠정 삭제할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시료 채취, 주요 핵시설에 대한 방문 및 미국이 원하고 있는 다른 요구사항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잠정 해제하는 절충안을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이 시료채취와 미신고시설 조사 원칙을 심대하게 손상하는 방안을 고집할 경우 양측간 절충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워싱턴의 기류를 감안할 때 ‘일방적인 양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힐의 수정안마저 거부하면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행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그 와중에 북한의 위상과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북한은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이미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든 이상 힐 차관보의 재량권이 극히 제한돼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를 상정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10월말로 예정된 2단계 마무리 시한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면서 그 동안 중유 지원을 지속하는 약속을 할 수 있다.

결국 10월 한달 북핵 국면은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면서 미 대선 이후 상황에 대비하느냐가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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