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 방법 `비공개 방침’ 논란

“일반적인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한 논지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15주 만에 재개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의 이른바 ’종전선언’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그런 그의 말을 적용해야 할 사안이 북핵 현안에서도 최근 일어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담긴 ‘10.3 합의’에 따라 지난 11~18일 방북한 미국 핵 전문가팀은 북한 측과 협의를 통해 영변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제조공장 등 3대 핵시설을 연내에 불능화하는 방법과 관련해 그간 존재했던 입장 차를 거의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도 브리핑에서 미국 전문가팀의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세부적인 것이 남았지만 구체적인 불능화 조치에 대해 사실상 합의한 상태며 곧 합의에 따라 (불능화) 이행이 될 단계“라고 전했다.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번 방북팀의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6자 수석대표 차원에서 확정되는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 점이다.

북핵 현안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말할 수 없다“고 함구한다. 그동안 언급돼온 여러가지 불능화 방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는 질문에도 ’의미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대가로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2.13합의’에 따라 북한에 중유 5만t을 제공했다.

통일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대북 중유 5만t 공급사로 선정한 SK에너지와 체결한 계약금은 222억원이었다.

결국 상당한 액수의 ’혈세’를 북핵 불능화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또 향후 추가로 들어갈 비용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북핵 협상의 속성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원칙’에 의거해보면 ’국민의 돈이 쓰이는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만일 사안의 특성상 일정시점까지 대외에 공개되는 것이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송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분명한 논지’를 제시해서 국민들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 의혹을 품는 것처럼 미국 전문가팀과 북한이 의견을 모은 ’불능화 방안’이 일반의 예상을 밑도는 ‘낮은 단계의 불능화’에 머물고 이런 사실이 공개될 경우 받을 비판을 막기 위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은 워낙 불가측성이 높아 때로는 협상의 전략상 비공개 원칙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럴 경우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전제될 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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