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신고 협의 성과와 전망

6자회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의 세부 이행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가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불능화에 대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16일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진행 중인 실무회의에 전문가들을 파견, 실무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자신들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방안을 나름대로 밝힌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 신호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대로 6자 모두 ‘불능화’에는 처음 도전하는 것인 만큼, 그 방법에 합의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 점도 새삼 확인되면서 연내 불능화 이행이라는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 북, 실무적 태도 보여 = 이번 비핵화 회의를 앞두고 당국자들은 북한이 의제 범위를 벗어난 정치적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체로 실무적인 자세로 회의에 임했다.

북측은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수로 문제를 첫날인 16일 거론하긴 했지만 그것을 의제로 삼으려 하지는 않았다. 원칙론 차원에서 “경수로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하는 선이었다고 회담 당국자는 전했다.

또 불능화와 신고 방법에 대한 자신들 나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한국측 당국자의 평가다.

북측은 이번 회의에 불능화 대상 시설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입장을 개진한 뒤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관계자들을 회기 중 열린 전문가 회의에 참석시킴으로써 다른 나라 전문가들과 조율하도록 했다.

특히 북측이 신고단계 이행 과정에서 그간 최대 난제로 꼽혔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도 2단계 이행 전망에 서광을 비춘 일이었다.

북한이 앞서 7~8일 열린 경제.에너지 실무회의에 이어 비핵화 회의에서도 실무적인 태도로 임한데 대해 낙관론자들은 연내 불능화 단계를 이행한다는 참가국들의 목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북한의 변화는 북측이 지난 6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등을 통한 북.미 협의를 계기로 불능화 이행시 중유 95만t 상당 지원에 더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그러나 외교가 일각에서는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있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불능화의 방법 협의, 대북 상응조치 제공 방안 등을 둘러싼 기술적 합의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선 이번 협의에서 북한이 스스로 생각하는 불능화 방법을 밝히긴 했지만 나머지 참가국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구체성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기에 논의의 ‘진도’가 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당초 예정된 회기 마지막날인 17일 오전 각국 당국자들은 하루의 시간이 더 있음에도 불능화 방안 합의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힐 차관보는 “지금 (불능화 방안) 합의가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고 우리 측 회담 당국자는 “이번에 합의는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참가국들은 연내 불능화 단계를 이행한다는 목표 아래 이번 회기에 나눈 아이디어를 기초로 다음 달 6자회담에서 불능화 및 신고 단계의 시한과 불능화의 구체적 방법 등에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 초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 세부사항에 합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에 제기된 불능화의 기술적 협의도 문제지만 북측 희망대로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중 절반 가량을 발전소 개보수 설비로 대신 제공하는 문제 역시 그 비용 환산 등을 놓고 간단치 않은 협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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